[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쉼 없이 달려온 20대. 주원은 자신이 늘 한 가지 색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라왔다.
주원에게는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가 그런 작품이다. 자신도 처음 보는 모습들이 가득했던, 숨 가빴던 20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30대를 맞이하고 싶은 그의 도전과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그놈이다'가 지난달 28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놈이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주원을 마주했다.
극 중 주원은 얼음공장에서 일하며 하나뿐인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장우로 등장한다. 장우는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은 뒤 예지력을 가진 소녀 시은(이유영 분)과 함께 범인을 쫓게 된다.
영화를 위해 체중을 8kg를 늘릴 만큼 캐릭터에 몰입했던 그다. "멋져보이게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장우의 감정대로 하려고 했다"는 주원은 "살을 찌운다기보다는 덩치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했다. 체중은 8kg가 늘었지만 실제로는 근육이 많이 늘었던 것 같다"며 작품을 준비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 여동생이 없는 주원은 '그놈이다'를 촬영하며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여동생이 갖고 싶다'고 조르던 자신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여동생으로 나오는 류혜영을 보면서도 "정말 실제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촬영장의 비타민 같고, 활력소가 됐다"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더벅머리 차림에 단출한 옷차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주원의 모습은 장우의 캐릭터와 맞물려 현실감 있게 관객에게 다가온다.
주원은 "이런 모습을 갈망했다"면서 "드라마에서 20대 또래 배우들이 멋있게, 예쁘게 나와야 된다는 그런 것들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냥 막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그런 부분이 좀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차에 '그놈이다'를 만났다. 그는 "멋진 역할이 아닌 것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멋지게 나오는 것은 상업적인 이미지를 봤을 때는 필요한 것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무조건 이 시점에는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생각이 확고하니 출연이 결정된 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나도 안 망설였다"고 강조한 주원은 "'나한테 스릴러가 들어왔어?' 생각이 들더라. 남자배우라면 하고 싶어 하는 장르였고, 중요한 것은 장우의 캐릭터였는데 감정이입이 정말 잘되더라. 감독님도 '너의 기존 이미지가 필요하다. 너를 180도 탈바꿈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나의 이미지에 장우의 옷을 좀 입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와닿았다"면서 캐릭터 몰입을 위해 노력했던 사연을 전했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동생을 지키려는 마음, 동생 교육을 잘 시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며 몰입했다. 여동생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떠올릴 때면 "슬프고 화도 나고, 이게 진짜 꿈인가 혼돈이 오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연인하고 헤어진 슬픔 이런 것이 아니지 않나. 초반에 여동생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 감정선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것이 어려웠다"고 얘기했다.
주원이 고민한 연기의 흔적들은 '그놈이다'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유치장 오열 신에서 정점을 찍는다. '컷' 소리가 난 후에도 30분이 넘게 눈물이 멈추지 않아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6년 뮤지컬 '얄타보이즈'로 데뷔한 후 흐른 10년이란 시간. 스스로도 '같은 캐릭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주원은 그동안 자신의 드라마 데뷔작인 '제빵왕 김탁구'(2010)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을 마주해왔다.
"다양한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그는 "고등학생 때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라는 연극에서 세탁소 주인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달 동안 세탁소에 앉아있으면서 주인아저씨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 경험만이 다는 아니라고도 항상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한 뒤 "다른 작품들도 그랬지만 특히 '그놈이다'를 찍을 때는 내가 처음 보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그놈이다' 유치장 신도 상상도 잘 안 되는 그런 연기였는데 '그래, 내가 어디까지 되나 한 번 보자' 이런 생각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굳건한 '흥행 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흥행의 단맛을 느껴보지 못한 그다. 주원은 "욕심이 난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며 "'그놈이다'는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영화도 제대로 못 봤던 기억이 난다. 본 사람들의 평가도 좋고, 성적도 좋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주원에게 올 한 해는 '굉장히 신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좋은 결과를 맞이했을 때 느끼는 감회는 더욱 남달랐다. 그는"'용팔이'같은 경우에는 힘들게 끝냈지만 잘 돼 다행이었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이 많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내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있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20대의 10년을 안팎으로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들로 꽉 채워낸 주원. 연기를 향한 이유 있는 자신감이 더욱 또렷하게 발현될 그의 앞으로의 시간들에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