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여진구가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과 함께 돌아왔다. 자신의 실제 나이와 꼭 맞는 영광 캐릭터가 유독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여진구는 '서부전선'에서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쫄병 영광을 연기했다. 농사만 짓다 끌려와 일급비밀 문서 전달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남한군 쫄병 남복 역의 설경구와 함께 유쾌한 호흡을 완성했다.
극 속에서는 영광이 남복에게 욕을 하고, 때리는 장면도 있지만 29살의 나이 차이를 무색케하는 조화 덕분에 이런 장면들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다가온다.
여진구는 '서부전선'을 선택한 이유로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전쟁영화는 어떻게 보면 비극일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부전선'에서는 좀 다른 매력이 많이 느껴졌다. 그 안에 따뜻하고 평범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 좋았다.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당시 모든 군인들이 '집에 가고 싶다'는 그 감정을 다뤘다는 게 많이 끌리고 설득력 있었다"고 덧붙였다.
촬영분의 98% 정도를 설경구와 함께 했다고 말할 정도로 대부분을 그와 함께 한 여진구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대선배와의 호흡에 긴장했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정말 재미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가 아저씨에게 욕을 하고 때린다는 게 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막상 그걸 실제로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한 점도 없지 않아 있더라.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설경구 선배님이 먼저 '편하게 생각해라"고 말해주셔서 힘이 됐었다"고 털어놓았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상황들 속에서 여진구 특유의 감성 연기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첫사랑과의 수줍은 뽀뽀 신에서는 순수한 매력이 한껏 묻어나고, 어머니(김지영 분)를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장면에서는 먹먹함을 자아낸다.
여진구는 "뽀뽀신은 좀 순수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좋은 것 같다"고 웃은 뒤 "김지영 선생님과 호흡을 맞출 때는 촬영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그 때의 감정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영광이가 눈물을 흘릴지, 참아낼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이 같으면서도 소년 같은 모습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촬영을 이어가면서 영광의 감정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는 그는 "내가 영광이었어도 너무 무섭고 집에 가고 싶지 않았을까. 영광이라는 친구의 모습이 제가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전쟁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고, 영광이의 행동 자체가 이해가 되더라.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서부전선'을 통해 전작과는 다른 연기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영광이는 실제 내 나이처럼 보이고, 오히려 더 순수해 보이는 역할이어서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날것 그대로'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면서 뭔가 계산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했던 것 같다. 걱정도 됐지만 감독님도 격려해주셨고 스태프들도 편집을 잘 해주셔서 실제로 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얘기했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한 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여진구도 열아홉 살, 1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당장 눈앞에 온 입시 문제 역시 그의 앞의 놓인 고민. "어릴 때부터 대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되도록 가려고 하고 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는 여진구에게서 순수함이 물씬 느껴진다.
그는 "작년까지는 (10대가 끝나는 것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 들어서 약간 드는 것 같다. 동갑 친구들 몇 백 명이 한 장소에서 쉬는 시간만 되면 서로 매일매일 만나는, 그런 일들을 이제 3~4개월 후면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진짜 10대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추억들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서부전선' 촬영을 시작으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여진구는 "올 한해는 하고 싶었던 역할들을 운 좋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알차게 지낸 것 같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여진구는 "아직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 언젠가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지는 않았다"며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함께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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