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권창훈(21)은 좋은 표본이자 집합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원했던 색깔을 모두 엿볼 수 있다. 최근 물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권창훈의 성장세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앞으로 그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연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연승으로 결과도 잡았고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실험도 잘 마쳐 내용도 얻었다.
권창훈은 2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도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줬는데 해외파 선수들까지 가세해 발을 맞춘 이번 9월 A매치에서는 그에 대한 인상이 더욱 강렬해지면서 앞으로의 대표팀에서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멀리 내다보고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 속에서 권창훈은 기대주들 중 한명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전지훈련에서부터 권창훈을 불러 직접 기량을 확인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8월 동아시안컵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함께 K리그에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던 김승대 등과 함께였다.
중국 우한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이어진 9월 월드컵 예선에서는 권창훈의 독무대가 만들어졌다. 권창훈의 패스와 슈팅에는 번뜩이는 맛이 있었고 예상할 수 없는 플레이로 창의성도 돋보였다. 모두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에 강조하고 원했던 플레이들이었다.
수원 삼성에서도 '창조적인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권창훈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후 더욱 달라졌다. 동아시안컵 기간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했던 '스스로 하는 축구'에 눈을 떴다. 또한 그러한 요구들에 자신을 잘 맞췄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8월에 특별히 선수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자율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선수들에게 "너무 시키는 데로만 뛰는 것 같다. 자류로움 속에서 뛰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기회들을 만들어갈 것을 부탁했다.
동아시안컵에서 일부 가능성을 얻자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에 "우리가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방식이 올바른 방식으로 가져가고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지시하고, 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술적인 요구되는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선수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달이 지나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권창훈은 신기할 정도로 슈틸리케가 원했던 색깔을 그대로 몸에 익히고 보여줬다. 라오스와 레바논을 상대로 한 두 경기에서 상대의 예상을 허무하게 만드는 움직임과 볼터치로 공격을 이끌었다. 과감하게 때리는 중거리슈팅도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비록 상대는 객관적인 열세를 지닌 라오스와 레바논이라지만 만들어내는 권창훈의 플레이가 있었기에 상대의 밀집 수비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었다.
권창훈은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잠시 벗고 다시 수원으로 돌아가 K리그를 뛴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은 그대로 쭉 이어진다. 10월 A매치에서는 권창훈이 또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권창훈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