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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김성령 "힘들었던 레나, 잊기 어렵네요"(인터뷰①)

기사입력 2015.09.01 08:53 / 기사수정 2015.09.01 09:18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아름답다.' 배우 김성령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다. 이토록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 여배우에게는 20대의 에너지 못지않은 생동감이 깃들어 있다.

6개월의 긴 시간 동안 한 작품의 배우 그리고 두 아들의 엄마를 오가며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눈 코 뜰새 없이 보내서인지 그는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에도 레나에 대한 여운이 상당하다고 털어놓았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찍었어요. 원래 더 일찍 끝날 수 있었는데 팀들이 레나의 신을 마지막에 해줬죠. 박수받고 케이크 놓고 쫑파티 분위기를 신나게 즐겼어요. 지금은 다 끝났는데도 찍었던 장면이 자꾸 생각나요. '미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데 워낙 길고 분량도 많아서 그런가봐요. 사건도 계속 벌어지다 보니 계속 '레나, 레나' 했죠."

레나정의 삶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진 채 고아원에서 살았고, 스무 살 때는 이기적인 남자 때문에 미혼모가 됐다. 미국에서 온갖 수난을 겪고 한국에 돌아온 뒤 사랑하는 민준(이종혁)과 결혼했다. 하지만 마희라, 최혜진의 방해 공작으로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시련도, 고난도 참 많았다. 

"그래서 더 잊기 힘들었어요. 사실 50부작이 처음은 아니거든요.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했는데 분량이 많은 것 외에도 역할 자체가 쉽지 않더라고요. 감정의 파도가 쳤죠. 신분세탁도 하고 거짓도 많고 그러면서도 양심에 걸려하고. 너무 기복이 컸어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좋은 캐릭터였지만 그만큼 힘든 역할이기도 했어요. 이솔이 딸이란 걸 알게 된 뒤에는 오히려 레나의 감정이 하나로 정리됐죠. 잘 마무리 한 것 같아요."

레나는 야망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딸이 이솔(이성경)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도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모른 척했다. 모든 악녀가 그렇듯 레나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과거 아픈 기억 때문에 그토록 성공에 목을 맨 것이었으리라. 악녀라 하기엔 너무나도 강인했던 여자였다.

"시놉에서는 더 센 캐릭터였고 악녀에 가까웠어요. 아무래도 멜로도 그려내야 하니 작가님이 주인공이 너무 미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장영남씨가 너무 악녀로 나와 밸런스를 맞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초반에 시청자들이 악녀야 아니야 했고, 저도 솔직히 연기하면서 혼란스러웠어요. 사랑한 건지 이용한 건지 혼란스러웠지만 레나는 결국 민준을 진심으로 사랑한 거더라고요."

주말드라마의 타이틀롤이자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나는 캐릭터라 정신적, 육체적인 소모가 컸다. 6개월간 매주 시험 보는 기분"이라고 할 정도로 어깨에 부담을 짊어졌다. 하지만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여유로워졌단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맡았으니 부담을 가져야 하는 건 줄 알았어요. 어느 순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내가 잘해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었어요. 작가와 감독, 배우 모든 이들이 합동해서 잘해야 하는 것이지 내 힘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생각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레나 정 역할을 잘 소화해서 민폐만 안 되면 되겠다 싶었어요."

요즘 40대 후반의 여자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으로, 또 멜로의 중심이 되기란 쉽지 않다. 미니시리즈는 물론 대하드라마, 주말극까지 2, 30대 배우들이 극을 이끄는 트렌디한 드라마가 주를 이뤘다. 그나마 다행히도 최근 들어 김성령을 비롯해 김희애, 엄정화, 전도연, 오연수 등 중년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에서 활약하면서 20대보다 '핫한'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김희애 씨 나오는 드라마도 잘 됐으면 좋겠고 저도 나쁘지 않았다고 봐요.(웃음) 외국에서는 산드라 블록 같이 나이 든 사람들도 계속 활동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아무래도 대중문화를 즐기는 세대가 20대니까 시장 논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해요. 서른에 결혼했을 때만 해도 연기 생활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때만 해도 선배들이 결혼하면 인기도 줄고 작품도 뜸해졌거든요.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결혼해도 멜로를 할 수 있고 많은 작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어요."

김성령에게 '여왕의 꽃'은 고마운 존재이다. 타이틀롤로 멜로부터 복수, 엄마의 모습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해줬다. 그에게 나이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모습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안 해봤기에 늘 미련이 남았었어요. 다음에는 작품을 볼 때 더 넓게, 크게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여유로워졌죠.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권태완 기자

김성령에 '아름다움'의 비결을 묻다 (인터뷰②)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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