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6.26 10:34 / 기사수정 2015.06.26 10:37
'체스'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방콕에서 열린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적수로 만난 미국의 챔피언 프레디 트럼퍼와 러시아의 챔피언 아나톨리 세르기예프스키가 벌이는 정치적∙개인적 대립을 담았다. 아나톨리는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지며 일생을 건 선택의 기로에 선다.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이후 30년 만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렸다.
재미만으로 평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단 제목은 체스인데 정작 체스는 주변 이야기에 그치고 만다. 대신 냉전시기 소련과 미국의 갈등 속 아나톨리와 플로렌스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전개가 참신하지 못하다. 러시아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아나톨리가 적대국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또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하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표현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적대관계에 놓인 가운데 두 사람의 사랑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 아내가 있는 남자 아나톨리와 그의 라이벌 프레디의 조수인 여자 플로렌스가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겪고 이별하는 과정은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주인공간의 사랑과 배신, 야망, 그리고 나름의 반전까지 있지만 클라이막스가 약하다보니 결말도 맥없이 마무리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말미 “우리 모두는 체스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아”라는, 극 전체를 응집한 대사는 가슴 속으로 와닿지 않는다.
넘버는 대체적으로 극에 어울린다. 'Anthem', 'One Night in Bangkok', 'Nobody's Side', 'I Know Him So Well' 등 뮤지컬계의 거장 작사가 팀 라이스와 슈퍼밴드 아바(ABBA)가 만든 다양한 장르의 넘버는 캐릭터의 감정을 부각시킨다. 체스의 말을 연상시키듯 흰색, 검정색으로 옷을 나눠 입은 인물들, 격자무늬 체스판으로 이뤄진 무대 바닥 등도 인상적이다. 30명이 넘는 앙상블들은 무대를 꽉 채운다.
조권의 변신을 가장 눈 여겨볼 만하다. 비운의 러시아 체스 챔피언 아나톨리의 감정에 이입해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다. 20대인 그가 40대 역할로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만 그 자체가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Anthem'을 필두로 넘버들도 안정된 가창력으로 소화한다. ‘프리실라’의 드렉퀸 아담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헤롯을 통해 보여준 깝권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7월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155분. 만 7세 이상. 문의: 02-764-7857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체스 ⓒ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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