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재벌가 후계자와 모든 걸 잃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까지 직접적으로 암시됐다. 그럼에도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로만 보이진 않는다. 제주도 풍광 속 따스함,발랄함이 묻어났다. 단순한 로맨스 그 이상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힐링 로코가 될까.
13일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는 정주(강소라 분)와 건우(유연석)의 만남이 그려졌다.
2005년, 고등학생인 정주는 반년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제주도에 내려왔다. 건우와 처음 만나자마자 자신과 쌍둥이라며 그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렸다. 가장 큰 증거라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건우의 엄마 백세영(이휘향)이 함께 찍은 사진을 들이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백세영이 사진 속 남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좌절, 서울로 돌아갔다.
10년 후 정주는 사촌동생의 사기극을 막고자 제주도로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백건우는 공항에서 정주를 알아봤고 두 사람은 재회했다. 허세 있는 베짱이 레스토랑 셰프가 된 백건우와 연인, 집, 직장을 모두 잃은 개미 이정주가 제주도에서 다시 얽히고설키게 되면서 로맨스를 예고했다.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 독특한 색채의 드라마를 집필해 온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컴백작답게 독특한 색깔이 드러났다. 무겁지 않고 경쾌한 분위기였다. 정주가 도심 한복판에서 백건우와의 10년 전을 상상하거나 변심한 애인에게 창을 던지는 모습, 이때 흘러나온 선덕여왕 OST까지 웃음 코드를 곳곳에 삽입했다. 강소라가 전작 '미생'에서처럼 러시아어 대사를 하고, 카메오 소지섭이 자신이 출연한 '주군의 태양'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향후 가볍게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물로 나아갈 조짐을 보였다.
여기에 제주도, 셰프(요리) 같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를 소재로 해 구미를 자극했다. 유채꽃이 한창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백건우가 여유롭게 요리를 하는 모습이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이야기는 10년 전 후, 제주도와 서울, 건우와 정주를 오가며 바쁘게 펼쳐졌다. 전개가 산만한 감이 있지만, 유쾌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백마 탄 왕자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여자의 만남인데 독특한 느낌 덕에 뻔하디뻔한 신데렐라 로맨스를 예상케 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랑을 깨달아가는 연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
첫 방송부터 꺼내든 출생의 비밀 카드도 관건이다. 다른 드라마와 어떻게 차별화를 둘지 지켜볼 일이다. 남녀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버무릴 필요가 있다.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강소라와 유연석은 아직 설렘보다는 티격태격하는 감정이 많았지만 통통 튀는 호흡을 보여줬다.
밝은 캐릭터에 처음 도전한 유연석은 낙천적이고 넉살 좋은 백건우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앞서 인기를 끈 전작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로맨티시스트의 매력을 풍길 것으로 기대됐다. 강소라도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늘 분노하면서 살지만 되갚아줄 힘이 없는 20대 후반 '미생' 캐릭터를 어색함 없이 소화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맨도롱 또똣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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