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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아일랜드, 그 동안 미안했다 [김경민의 정정당당]

기사입력 2015.05.05 08:00 / 기사수정 2015.05.04 16:17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정규 5집 'I Will'을 들은 FT아일랜드 '까' 기자의 반성문.
 
벌써 9년 차에 접어든 그룹 FT아일랜드를 알게 된 것은 '사랑앓이'라는 말랑말랑한 곡으로 대한민국에 '밴드' 열풍을 가져올 당시였다.
 
아역 배우 출신 보컬 이홍기에 훈훈한 외모를 갖춘 꽃미남 멤버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진 팀이 아닌 제작자 출신 한성호 사장이 기획한 1호 밴드였던 FT아일랜드는 당시 대중가요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취재원으로 썩 반갑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아니 오히려 주다스 프리스트나 메탈리카와 건즈 앤 로지즈를 듣고 자랐으며, 판테라의 다임백 데럴의 죽음에 슬퍼했고, 지금은 웃고 넘기는 과거가 된 문희준의 '오이5개' 발언을 우습게 여기던 소위 '록빠'였던 기자에게 FT아일랜드는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금수저'를 든 무늬만 '밴드'였다.
 
비슷한 생각을 하던 이들이 많았을까? 소위 '음악 좀 듣던'이들은 FT아일랜드를 '밴드'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아이돌 밴드'라는 말을 꼭 붙였고, 기자 또한 그랬다. FT아일랜드를 '밴드 FT아일랜드'라고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 초 FT아일랜드 멤버들이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인디 밴드들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언젠가는 우리 다운 음악을 하겠다"는 것.

▲음악만 봐 주길 원해서일까? 그들은 음반재킷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의 다짐은 9년이 지난 2015년 실현됐다. 멤버 들이 작사와 작곡을 하고 프로듀싱까지 한 '밴드다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 것. FT아일랜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들의 음반을 만들었다. 소속사 관계자의 말 처럼 "타협이 없던 앨범"이라는 말이 납득이 간다. 타이틀곡으로 방송활동까지 한 'PRAY'의 경우 그 대표적이다. 대중에게 낯선 '하드록' 장르 넘버이기 때문이다.
 
'하드록' 장르는 국내팬들에게는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아이돌과 힙합 및 RnB 장르에만 치중된 현 가요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던 90년대에도 넥스트가 헤비메탈과 하드록 장르의 곡을 냈지만 방송용은 '도시인', '날아라 병아리' 같은 말랑말랑한 장르를 택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도 하드록 넘버가 정규차트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고 이번 FT아일랜드의 음반에서 타이틀곡 감인 대중지향적인 곡이 없는 것도 아니다. 'BPM69' 같은 한국인 취향인 발라드 넘버에 기존 FT아일랜드 스러운 곡인 'Do You Know Why?' 같은 곡도 있다.
 
그렇다면 'PRAY'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소속사 관계자들은 "멤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전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이번 5집을 통해 했고, 그들에게 모든걸 맡겼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물은 훌륭했다. FT아일랜드 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타이틀곡을 기자의 구미에 맞는 '하드록'을 해서가 아니다. 음반 전반에 담긴 팀의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I Will' 음반 전반에서 FT아일랜드는 헤비한 록사운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사랑을 소재로 한 '블랙 초콜릿'이나 '두 유 노우 와이?'에서도 사운드 메이킹은 유사하다. 팀의 색깔을 명백히 보여주고자 한다.
 
해외 뉴메탈 장르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에 유려한 베이스 라인과 때로는 더블 킥이 들어가는 드럼의 조합이 앨범 전반에 실려 있다. 일본 싱글을 한국어로 번안한 '헤이걸' 같은 경우는 숨겨진 명곡이다. 곡 초반의 기타리프는 국내 록밴드의 음반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리프다.
 
그냥 바이브레이션의 달인으로 생각했던 이홍기의 보컬도 한층 다양해 졌다. 샘플링과 보컬의 변박이 들어간 '그림자'의 경우 호락호락한 곡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진행을 보여준다. 맺고 끊으며 내 뱉는 록 보컬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키가 높은 '플리즈'를 통해서는 감정이 담긴 보컬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한국 가요계에는 인기에만 안주해 오히려 퇴보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FT아일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아이돌'을 넘어섰다. 나이를 떠나서 이제 '아이돌 밴드'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실례가 될 듯 하다.
 
활동할 때는 과도한 홍보라는 욕을 먹을 것 같아서 이제야 말한다. 그 동안 미안했다. FT아일랜드.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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