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4.01 06:58 / 기사수정 2015.04.01 04:14
무거운 소재를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불편해서 자녀와 함께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가볍고 밝은 드라마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어두운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불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말일 수 있다. 과장된 현실이라 볼 수도 있으나, 우리가 감추고만 싶었던 현실의 깊숙한 곳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까닭에 불편함이 따라오는 것일 터이다.
극 중 조강자(김희선 분)가 동칠(김희원)에게 성폭행당하는 장면, 칼부림, 원조교제 등 편하게 볼 수 없는 내용이 즐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의 통쾌함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극적 장치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실을 반영한 극적 장치와 자극적인 설정을 구별하지 않고 단순히 막장으로 치부하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앵그리맘'에서 부모의 권력은 곧 자식의 권력이고, 사학비리 아래 일개 선생은 아이들에게는 도움을 못주는 무능력자일 뿐이다. 확실한 증거나 증언 없이는 학교 폭력 신고조차 안 된다. 돈과 백이 없으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다. 일진, 조직폭력배 두목, 두 얼굴의 법인기획실장, 비리에 물든 사학 재벌 등 캐내면 캐낼수록,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무서운 '현실'이 드러난다.
향후 분노하고 절망한 조강자가 딸 아란(김유정), 조력자들과 모순된 현실에 맞서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이 시점이다. 현실을 적극 반영하지만 판타지로 풀어나가게 된다. 애초에 전설의 일진 출신 엄마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된 딸을 대신해 고등학생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틱한테 이후의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현실이 결여된 판타지는 공감을 살 수 없다. 밝은 분위기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통쾌활극이란 이름 아래 조강자의 원맨쇼, 조강자 박노아(지현우)의 러브라인이 뒤섞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로 전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서 김희선은 제작발표회 당시 "학교 폭력이 근절되는 것 까진 바라지 않는다. 학교 폭력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현실을 바꿀 순 없어도, 진지하게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본다. 학교에서 상처받은 피해자와 이들의 부모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앵그리맘'의 가치는 충분하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앵그리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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