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박민영이 서른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열었다. 그 중심에는 자신에게 큰 선물을 준 드라마 '힐러'가 자리하고 있었다.
박민영은 지난 달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썸데이 뉴스'의 기자 채영신으로 분해 일에서의 근성과 열정 가득한 모습, 지창욱(서정후 역)과의 멜로라인까지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여전히 조명이 세팅되고, 스태프가 '촬영 들어간다'고 말하는 꿈을 꾼다고 말한 박민영. "제 서른 살, 괜찮은 것 같아요"라며 보여주는 환한 미소가 보는 이들까지 함께 웃게 만들어준다. '힐러' 종영 후 박민영과 만나 못 다한 드라마,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힐러', 이렇게 재밌었던 작품은 처음"
박민영은 "이렇게 언론 인터뷰를 자청한 것이 2011년 드라마 '시티헌터'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7년 7월 종영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 뒤 2012년 MBC '닥터진'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왔다. 그리고 찾아온 2년의 공백. 이후 신발끈을 조여맸고, 지난해에는 '개과천선' 이후 '힐러'까지 다시 달려왔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한 후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었고, '힐러' 종영 후 실제로 그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민영은 자신이 연기한 채영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자기보다 남의 아픔을 감싸주려 하고, 보듬어주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참 과하게 밝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다른 어떤 캐릭터들보다 영신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여태까지는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제일 컸는데, 이제는 영신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박민영이 얻은 수확은 또 있다. '연기의 진짜 재미'를 찾았다는 것. 그는 "채영신 역할을 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이렇게 재밌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던, 많은 의문점과 숙제와 공부를 할 수 있게끔 해 준 작품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영신이 같은 입체적인 캐릭터가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많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힐러'의 대본을 쓴 송지나 작가도 종영 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채영신 역할이 박민영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나'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전한 바 있다. 박민영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사했고, 실제로도 눈물이 핑 돌더라. 이렇게 캐릭터와 저를 아껴주는 좋은 작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에 '내가 너무 운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 "연기자의 삶, 기분 좋은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
드라마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고, 스스로도 힐링을 받았기 때문일까. 박민영이 느끼고 있는 행복감은 유난히 커 보였다. 연기를 제외한 현재의 최대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도 "지금은 일이 재밌으니까요"라며 다시 한 번 상큼한 미소를 내보인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 그는 "만으로는 아직 28세다"라고 호탕하게 웃은 뒤 "이제 나이가 가는 하루하루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천성은 너무나 게으르고 마음에 조급한 게 없는 편인데, 올 한해는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더라. 쉬는 게 아니라 일하는 게 재밌으니까. '힐러'를 재밌게 하면서 체력을 소진한 게 아니라,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다시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는 차기작 역시 '조금은 어려운' 캐릭터를 맡고 싶단다. "배우로 한 단계 성장하려 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시험을 계속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만족하면서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힐러' 속 영신이처럼 위험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니까, 도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자신의 틀을 깨고 연기에 대한 진짜 재미를 알게 된 박민영은 "배우는 연기로 말을 하고 연기로 내 의견을 보여주는 게 최고인 것 같다"며 자신의 연기 시작점은 이제부터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책임감, 그것도 기분 좋은 책임감을 얻게 된 느낌이다. 20대 때부터 늘 생각해 온 꿈이 있다면,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엄마, 배우가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 그게 앞으로도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라고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박민영은 그렇게 데뷔 이후 10여 년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딪히고 깨져가면서 자연스레 비워내고 채우는 법을 깨달아갔다. 그리고 맞은 30대. 진짜 연기의 재미와 의미를 알게 된 그가 '기분 좋은 책임감'으로 만들어 나갈 또 다른 10년의 모습이 유난히 기대된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박민영 ⓒ 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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