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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진짜 배우 인생의 시작은 지금부터 (인터뷰)

기사입력 2015.02.12 06:55 / 기사수정 2015.02.11 23:4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2000년 방송된 드라마 '꼭지'. 배우 원빈의 조카로 출연해 단숨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역배우 김희정이 어느덧 훌쩍 자란 스물넷 숙녀의 모습으로 브라운관 앞에 다시 나타났다.

김희정은 지난 5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에서 세자빈 유씨 역할을 연기하며 서인국을 향한 순애보를 보여줬다. 서인국(광해 역)의 마음속에 조윤희(김가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변함없는 지조와 강단으로 끝까지 서인국의 옆을 지키는 지고지순한 면모를 보였다.

20대 초반의 발랄한 아가씨로 돌아온 그는 극 속과는 달리 여느 또래와 같은 밝은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왕의 얼굴' 마지막 회를 앞둔 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희정을 만나 아역배우 시절부터 새로운 배우 인생을 꿈꾸는 현재까지의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 "'왕의 얼굴' 캐스팅부터 운명적…많이 배웠던 시간들"

김희정에게 본격적인 성인 연기 신고식이 된 '왕의 얼굴'은 그에게 여러모로 잊지 못할 작품이 됐다.

"'왕의 얼굴' 캐스팅이 된 과정부터가 신기했다"고 시계를 몇 개월 전으로 돌린 김희정은 "방송국에 갔는데, 감독님이 돈을 뽑으시다가 정말 우연히 지나가던 나를 보시고 세자빈 캐릭터를 떠올리셨다고 하더라. 대본을 하나 주고 싶다고 하셔서 받아 봤는데, 보는 순간 캐릭터가 맘에 쏙 들었다.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로 이렇게 하게 돼 정말 기뻤다"고 웃음 지었다.

그렇게 김희정은 연말과 연초를 모두 '왕의 얼굴'과 함께 보냈다. 특히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던 서인국과는 실제로도 가까워지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는 "(서)인국 오빠는 '대본대로 할 뿐인데 왜 나를 미워하냐'고 했지만, 나는 실제 광해로 보려고 하다 보니 정말 미워지는 것 같았다"며 촬영 에피소드를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 촬영 신 역시 광해를 챙겨주는 장면이었다. 김희정은 "스태프 분들이 '이제 세자빈 마지막 신이네' 하시면서 박수를 쳐주시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라. 빡빡한 일정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고생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더 시원섭섭했고 감사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김희정은 드라마 속 사극 연기톤을 위해 평소에도 매니저와 극 중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는 등 온전히 세자빈 역할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욕심도 많이 냈고, 그만큼 많이 배웠던 작품'이라고 드라마를 정의한 김희정에게 '왕의 얼굴'은 그만큼 더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될 듯 했다.

▲ "궁금한 배우, 궁금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워낙 끼가 많아 주위의 추천을 통해 시작하게 됐다는 연예계 생활. 어릴 적 부산에 살았던 김희정은 마침 사투리를 쓰는 아이를 찾기 위해 내려온 '꼭지' 제작진의 눈에 단번에 띄었고, 그렇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실제 김희정은 9살이었던 당시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워낙 기억력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도 생각나는 건 낯선 곳에서 자면서 항상 피곤해했었고, 엄마랑 항상 붙어 다니다가 자고 있으면 피로를 풀어주려 엄마가 다리 마사지를 해주셨던 모습은 기억난다"면서 녹록지만은 않았던 아역배우 활동 당시를 떠올렸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김희정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냉철한 모니터 요원이기도 하다. 그는 가족들이 브라운관 속 걸음걸이, 손 위치까지 꼼꼼하게 지적하며 냉정한 모니터를 해 주기에 스스로 더욱 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된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 앞에 '꼭지'나 '원빈 조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이에 김희정은 "오히려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아직 작품으로 크게 인사드린 게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내가 자란 모습을 기억할 부분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작품을 통해 다른 인상을 심어드리면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도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때문에 김희정은 잠시 브라운관을 떠나 평범한 학창시절을 즐겼던 시간들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2011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한 학기를 다닌 후 현재 휴학 중이다.

그는 "사실 많이 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더라. '작품을 아예 쉬어야 겠다'고 맘먹었던 건 아니다. 배우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공부도 해 봤고, 놀기도 놀아봤다. 이렇게 지낸 시간들이 분명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다 보면 다른 사람 말만 듣게 되니 내가 진짜 뭘 원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해도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라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제는 성인 연기자로의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시간. 김희정은 "그동안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고 다지는 시간이었으니, 올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며 "사람 자체가 궁금한, '저 배우 저 역할을 잘 하는데 실제로는 어떨까? 실제로도 매력적일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올 한 해 '희망의 기운'이 가득할 것 같다며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내보였던 김희정. "'인간 김희정'과 '배우 김희정' 모두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어린 나이와는 다른 단단하고 깊은 속내를 보여준 그의 다음 발걸음에 기대가 모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김희정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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