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최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로 6개월이 넘는 시간을 쉴 새 없이 달려온 배우 현우.
긴 시간 에너지를 쏟았었기 때문일까.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다소 가라앉았음에도 "변성기가 온 건 줄 알았다. 3차 성징이 오나 했는데"라며 특유의 유쾌한 미소와 함께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드라마를 마치고서도 꿈속에서 계속 촬영을 하고, '고양이는 있다' 출연진들을 마주했다는 그의 얘기는 반 년 간의 '현우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고양이는 있다'가 종영한 지난 달, 현우를 만나 드라마와 연기, 일상에 관한 소소한 얘기들을 나눴다.
배우 현우. 김한준 기자
▲ 첫 주연작 '고양이는 있다'가 남긴 아쉬움과 희망
프로필 상 현우의 공식 데뷔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표기돼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16살 중학생 시절부터 시트콤 보조출연, 화보 촬영 등 여러 활동을 해 왔지만 '확실한 데뷔'라고 말할 계기가 없었기에 군 제대 후 첫 작품이었던 '쌍화점'을 데뷔작으로 명명했단다. 거기에는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그의 마음가짐 역시 담겨 있었다.
그 때부터 흘러온 시간이 어느덧 6년. 때문에 그의 첫 주연작인 '고양이는 있다'는 시작부터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 당시 현우는 드라마에 임하는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는 "그 때의 울컥울컥했던 마음만큼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게 쏟아 부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끝나고 보니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왜 그것밖에 못했을까' 그 생각이 많이 들더라"며 아쉬운 마음을 고백했다.
극 중에서 현우는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랑하는 여자와 가족을 위해 검사의 길을 택하는 염치웅을 연기했다. 실제 현우와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캐릭터였기에 꿈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을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싶었다. 현우는 "극 전개상 염치웅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시청자 분들이 답답하셨을 수도 있다. 감독님,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차근차근 풀려고 애썼고, 다행히 조화롭게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는 있다'가 전작인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 이어 1TV 일일극으로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가까웠던 작품이었다는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현우는 "기존의 A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B까지는 아니더라도 'A 다시'까지는 될 수 있게끔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자신의 어깨 위에 놓였던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서는 "50~60% 정도밖에 완수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도 주위의 선생님들과 동료 연기자 분들과 함께 해서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슬럼프 역시 있었다. 하지만 선배 연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지혜롭게 극복했다. "방송 초중반에는 시청률도 떨어지고 생각한대로 잘 안 풀려서 처지기도 하더라. '너 혼자 힘들어할 필요 없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면 된다'고 말해주신 선생님들 조언 덕분에 힘을 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현우는 작품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가는데 성공했다는 사실만큼은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는 "스스로도 예전 작품들을 보면 지금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연기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는 그 자신감에 좀 더 디테일함을 더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그만큼 현우에게 여러모로 '고양이는 있다'는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임이 분명해 보였다.
배우 현우. 김한준 기자
▲ "아직 연기 인생의 본 경기는 시작 안했다"
사춘기 시절, TV를 보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배우의 매력에 빠지며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일일극은 물론 시트콤, 사극, 단막극 등을 두루 거쳤고 영화와 가요프로그램 생방송 MC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동안 외모 덕에 유난히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로 자주 기억되는 그지만, 실제로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는 무한대에 가깝다.
현우는 "기본적으로 많은 작품, 많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했던 역할을 또 하더라도 처음보다는 잘 할 것 아닌가. 그렇게 조금씩 연기를 늘려가고 자신감을 쌓아 가면 매 작품에서 조금 더 성숙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집 오빠 같은 편안함을 주는 느낌. 현우는 이런 자신의 이미지가 싫지 않다고 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바람을 덧붙이자면, 대중에게 '이 배우 때문에 이 작품을 알게 됐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살인마로 변신했던 '갑동이'에서의 모습처럼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역할들을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을 것 같은 현우가 조급해하는 단 한 가지는 '공백기가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작품을 해야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고, 그래야 단단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음을 위해서는 재충전 역시 중요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일상의 여유. 현우는 평소 좋아하는 운동, 게임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클라이밍은 요즘 그가 가장 푹 빠져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SNS에는 실내 클라이밍센터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있기도 하다.
축구 시합을 위해 그라운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우는 "드라마 준비기간까지 포함해서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축구를 못했다. 행여나 몸을 다치면 촬영에 지장을 주니까"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축구 얘기가 언급된 틈을 타 본인의 연기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해달라고 했다. 이에 그는 "전반 시작 전 워밍업 시간"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아직 본 경기는 시작 안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계속 몸을 풀고,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인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현우는 다가올 연말 계획을 묻는 질문에 "눈이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고는 "눈이 오면 미끄럽지 않냐. 아버지 어머니가 다치실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본인이 나온 방송을 재방송까지 꼬박꼬박 챙겨보시며 모니터링 해주는 부모님은 그가 힘을 얻는 원천이기도 하다.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배우 현우가 아닌 일상에서의 김현우는 이처럼 효심 가득한 평범한 아들이자 남동생, 세 명의 조카들을 둔 외삼촌이기도 하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솔직하게 대답을 풀어내는 현우에게서는 유난히 긍정적인 기운이 더욱 많이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연예인인 척' 한다는 말 역시 그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는 그 이유를 "다행히 아직 초심을 잃지 않은 것 같아서"라고 표현했다. "처음 시작할 때 그렇게 마음먹은 게 지금까지도 잘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미소를 내비친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약속한 현우. 연기는 물론,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차근차근 한 발짝씩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 나갈 그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