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선해 보이는 이목구비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표정.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출연하는 작품 속에서도 강렬한 연기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1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데뷔한 배우 백서빈은 3년 여간 그렇게 꾸준히 활동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다져왔다.
그는 KBS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한음대 지휘과 '넘버 원' 한승오 역을 맡아 주원(차유진 역)과 대립하며 극 초반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지난 달 백서빈을 만나 드라마와 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백서빈은 종영을 2회 앞둔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출연진들의 음악적인 성장기가 충분히 그려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한준 기자
▲"'내일도 칸타빌레',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백서빈이 연기한 한승오는 인기는 차유진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다른 이였다. 주원, 심은경(설내일), 고경표(유일락) 등이 속한 S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떨거지'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지만 실제로는 무대공포증의 아픔을 앓고 있는,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었다.
백서빈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설레고 영광스러웠다"고 '내일도 칸타빌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클래식 자체가 대중에게 아주 친근한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분들과도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지휘자에 관련된 책이나 인터뷰도 찾아봤다. 감독님, 음악감독님이 한승오는 차유진이 지휘하는 아카데믹한 스타일과는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 모습도 참고했다. 그렇게 준비한 끝에 나온 것이 뭔가 과장돼 보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열정이 가득한 한승오의 모습이었다.
그는 "한승오를 연기할 때 현실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선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깐죽대거나 남을 시샘할 때는 코믹스럽지만, 지휘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해보일 수 있도록 하는 데 특별히 더 신경 썼다. 이는 차유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효과는 물론, 한승오를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캐릭터로 남게 하는 힘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5회에서의 S오케스트라와 A오케스트라의 대결 장면이다. 자신만만하게 지휘에 나선 한승오는 도중 페이스를 놓쳐 당황하고, 차유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백서빈은 당시를 회상하며 "감독님이 정말 중요한 신이라고 하셔서 긴장이 많이 됐다. 방송은 2분 30초정도 나갔지만 실제 촬영은 5분 넘게 했다. 정말 내 신호에 맞춰 연주가 시작되는 거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장됐다. 나중에 보니 바스트신이 멋지게 나왔다. 보면서도 참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극 중에서의 한승오와 실제 백서빈이 닮은 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단번에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의 나와 다르기 때문에 한승오를 더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백서빈의 설명이다. 그는 떨리고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었고, 카타르시스도 느꼈다고 했다. 항상 모든 작업이 그렇듯이 아쉬움도 크지만, 음악과 지휘에 대한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던 그에겐 정말 특별한 시간들이었음이 분명했다.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는 백서빈은 '시청자들이 잘 봐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크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김한준 기자
▲"힐링 선사하는 배우 되고 싶어"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백서빈은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얻었다고 했다.
영화 제작자를 꿈꿨던 삶. 포트폴리오 작품을 준비하다 마땅한 배우를 구하지 못했고, 직접 자신이 연기에 나섰다. 대학로의 한 무대. 연기를 마치고, 관객들을 바라봤다. 현실과 가상 사이의 묘한 교차. 자신을 향해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을 보며 '배우이기 때문에 이 느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매력에 이끌려 배우를 평생 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배우 백서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그 때를 그는 절대 잊지 못한다. "주변에서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해도 들리지가 않더라.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 하니 내 연기를 못보고 자꾸 주위만 봤던 거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정말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당시를 떠올린다.
배우로 지내 온 지난 3년을 그는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백서빈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로만 최선을 다한다고 한 건 아닌지, 스스로를 좀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다. 또 소속사 사람들처럼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생겼지 않나. 그만큼 내 가치를 올리고 거기에 맞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읊조렸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 이제훈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는 그는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 인생의 모든 중심에 사랑이 있지 않나. 사랑이 주제인 작품들을 보면 항상 좋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연기자로의 모습을 함께 녹여냈다.
올해 한국나이로 31살. 어찌 보면 조금 늦었을 수도 있는 시작이다. 이에 백서빈은 "초반에는 좀 조급했지만, 각자 출발점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배우가 되기 이전 자신이 지나왔던 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것이라는 '긍정 마인드'를 보이기도 했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가족은 아버지 백윤식부터 형 백도빈, 형수 정시아까지 '배우 집안'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조카 준우가 자신이 나온 '내일도 칸타빌레' 속 모습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줬다며 환한 미소를 내비쳤다. 말없이 묵묵히,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는 가족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존재다.
그가 바라보는 배우로서 지금 자신의 모습은 어디쯤일까. 이에 백서빈은 '100m 달리기 출발 신호를 듣고 이제 한 발짝을 내민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기에 골인지점은 없는 것 같다. 완주 없는 레이스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쌓아가는 연륜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렇게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라며 점점 더 영글어갈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더 나아가서는 반전 있는 매력도 보여주고 싶다는 백서빈.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들이 더 많은 그의 다음 행보가 유독 기다려진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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