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센스가 만들어낸 손흥민의 원더골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레버쿠젠)의 중거리포는 손흥민뿐만 아니라 동료의 양보와 센스가 합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4-15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4차전 제니트와의 원정경기에서 홀로 2골을 터뜨렸다. 오른발과 왼발 한 차례씩 정확한 슈팅으로 제니트의 골망을 흔든 손흥민은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멀티골에 성공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지루한 영의 균형을 깬 후반 13분 손흥민의 22m 중거리 슈팅은 이날 레버쿠젠 승리를 암시하는 묵직한 신호와 같았다. 정확한 오른발 임팩트로 볼에 힘이 실리면서 빨랫줄처럼 날아간 볼은 상대 골키퍼의 다이빙에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프리킥이 아닌 레버쿠젠의 약속된 플레이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손흥민의 골이었다. 적장인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도 경기 후 "레버쿠젠은 환상적인 세트플레이와 역습으로 2골을 만들었다"는 말로 손흥민의 선제골에 대해 간접적인 칭찬을 건넸다.

그런데 당초 레버쿠젠은 일반적인 직접 프리킥을 시도할 생각이었다. 손흥민은 선제골에 대해 "원래는 하칸 찰하노글루가 직접 슈팅을 시도하려 했다"며 "그때 카림 벨라라비가 다양한 방법으로 프리킥을 시도하자는 의견을 냈고 그대로 따랐다"고 숨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레버쿠젠의 세트플레이는 센스가 넘쳤다. 찰하노글루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앞에 있던 벨라라비에게 길게 패스했다. 평소라면 슈팅을 했을 벨라라비도 뒤에 떨어져 있다 달려오는 손흥민에게 살짝 밀어주는 선택을 했고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은 손흥민은 강력한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과 찰하노글루, 벨라라비는 골이 들어가자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선지 골 세리머니도 한데 어울려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손흥민은 "팀 전체가 잘 싸워 얻은 승리다. 내가 영웅이 아니라 팀이 영웅이다"는 말로 동료에게 승리의 공을 전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