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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자도 반한 허준, 대조됐던 오타 유키 [나유리의 그린라이트]

기사입력 2014.09.23 07:00 / 기사수정 2014.09.23 11:48

나유리 기자
결승전을 마친 후 아쉬워하는 허준 ⓒ 고양, 권혁재 기자
결승전을 마친 후 아쉬워하는 허준 ⓒ 고양,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허준이라는 선수, 한국에서 대체 얼마나 유명한가요?"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경기가 열리는 고양실내체육관. 개막 이후 이틀동안 금메달 4개를 석권했던 남·녀 펜싱 대표팀은 22일에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 허준(26,로러스엔터프라이즈)이었다. 준결승에서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오타 유키(일본)과의 승부에서 드라마틱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결승에 진출했던 허준은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하는 부상 투혼까지 발휘해 13-13 동점을 일궈냈지만 세계랭킹 1위 마지안페이(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마친 후,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일본 매체의 사명이 적혀있었다. 영어를 구사한 그 기자는 대뜸 "허준이라는 선수에 대해 잘알고 있느냐. 한국에서 얼마만큼 유명한지 알고싶다"며 호기심어린 눈빛을 발산했다.

남현희, 구본길 같은 '간판 스타'들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답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허준은 얼굴이 참 잘생겼다. 한국 여성팬들에게도 얼마만큼 어필이 되는지 궁금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프리티 페이스(pretty face)'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썼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을 발휘했으니 후회는 없다. 이제 남은 단체전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는 허준의 다부진 소감을 그 역시 열심히 메모했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오타 유키 ⓒ 고양, 권혁재 기자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오타 유키 ⓒ 고양, 권혁재 기자


펜싱 경기 3일차였던 이날은 이 기자 외에도 첫째날, 둘째날에 비해 일본 취재진들이 많이 몰렸다. 바로 허준과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오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오타와 허준의 경기는 보는 사람들이 연신 마른 침을 삼켜야 할정도로 팽팽했다.

13-10으로 이기고있던 허준이 3라운드 시작과 함께 3실점하며 동점이 됐고, 또다시 14-14로 피말리는 동점 상황이 전개됐다. 하지만 막판에 허준이 오타의 상체를 정확히 찌르는데 성공하며 극적인 승리를 마무리했다.

허준과 오타의 준결승 경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는 일본인 기자는 "경기후에 오타와 믹스트존 인터뷰를 할때 물어보니 '허준이 젊고 자신에 비해 훨씬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패했다'고 답하더라"면서 "솔직히 오타는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에 안주했던 것 같다. 그동안 국제대회에 거의 나가지 않았고 사실상 은퇴였다. '번아웃 증후군(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해줬다.

그런데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다른 우승한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다음 경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힌 오타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돌연 자리를 떴다. 중국, 한국 취재진이 던진 질문이 통역을 거치느라 혼선을 빚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허준과 마지안페이가 앞선 질문에 답변을 하는 사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만지고, 전화 통화를 하던 오타는 옆에 앉아있는 통역에게 몇마디를 남기고는 취재진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몰린 사이 조용히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기자회견이 완전히 마무리된 후 통역 담당자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오타가 나에게 질문이 없으면 가겠다고 하더라. 빨리 숙소로 가야한다고 하면서 그냥 자리를 떴다"고 황당해했다.

사실 이날 오타가 얻은 동메달도 무척이나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 후 보여준 모습은 허준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허준이 중복된 것을 묻는 중국 취재진과 두단계를 거쳐 전달되는 질문에도 차분하게 설명을 하며 아시아 2위로서의 기쁨을 만끽한 반면, 오타는 그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온 일본 취재진들이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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