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는 '크레용팝 여동생'이라는 별명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 지나, 단비, 다혜 ⓒ 크롬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내숭은 없다. 예쁜 척하기보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서로에 대한 장단점도 허물없이 말할 정도로 강단도 있어 보였다. '크레용팝의 여동생 그룹' 단발머리는 어린 나이에도 당찬 소녀들이었다. "크레용팝 선배님들 보고 잘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이제는 책임감이 생겼다"는 단발머리를 만났다.
단발머리는 다혜(22), 유정(22), 지나(22), 단비(20)가 팀을 이룬 그룹이다. 지난 6월 10일 첫 번째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No way' '왜 이래'가 수록됐다. 'No way'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한눈 팔지 말고 나만 바라봐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무대 위에서 '바니걸'로 변신해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뽐냈다. '왜 이래'는 통통 튀는 음악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꼼꼼히 살펴보면 크레용팝과의 공통점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같은 소속사이긴 해도 그룹의 콘셉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발머리는 귀엽지만, 그 속에 섹시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안무도 몸을 이용하는 웨이브 등이 눈길을 끈다. 스탠딩 마이크를 사용하면서도 움직임이 많다.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는 크롬엔터테인먼트에서 탄생한 그룹인 만큼 그룹명도 관심받았다. "대표님이 그룹 이름을 정하셨어요. 단발머리 이전에는 한라봉, 피어나라 등이 후보로 꼽히기도 했는데, 충격요법 때문인지 단발머리로 이름이 정해져서 정말 좋았어요."(지나) 다른 멤버들도 자못 아슬아슬했던 과정속에서 탄생한 팀이름에 애착을 나타냈다.
단발머리 멤버들에게 위기는 또 있었다. 팀의 콘셉트 및 의상에는 나팔바지, 몸빼, 거지의상도 거론됐다. 데뷔를 앞두고 겸허히 콘셉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던 단발머리 멤버들에게 놓인 것은 '바니걸'과 '섹시'였다. "여자들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하는 의상으로 데뷔한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와우'라고 했죠."(다혜)
단발머리라는 팀 속에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이 모인 것은 6개월 정도. 팀의 구성이 완료되기까지 포함하면 1년 동안 연습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인 듯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들의 연습생 기간은 7년부터 2년까지 녹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데뷔가 간절했다.
"개인적으로 공백기간이 있었어요. 그때는 회사에 들어가서 땀 뻘뻘 흘리고 연습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죠. 아무리 힘들고 피곤하고 굶어도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다혜) "꿈만 같았던 가수가 돼서 뿌듯해요. 부모님이 확실히 신뢰하신다는 것을 느껴요."(단비) "부모님도 초심 잃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세요."(유정) "아직도 정말 꿈만 같아요."(지나)
나이대는 비슷했지만 학창시절을 보낸 곳은 제각각이었다. 단비는 전라남도 나주, 유정은 충청북도 청주, 지나는 인천, 다혜는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먼 곳에서 단발머리로 모인 이들은 "다 같이 만나서 팀을 이룬 것이 운이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저희는 작은 편이 아니예요" 단발머리만의 섹시함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왼쪽부터 다혜, 단비, 유정, 지나 ⓒ 크롬엔터테인먼트
대화가 무르익어 갈수록 눈치를 보기보단 과감하게 속을 털어놨다. 최근 등장하는 걸그룹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에 속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유정은 "혹시 '단신 섹시'라는 기사를 봤는데, 설마 그분이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 했다. 유정은 "저희는 작은 편이 아니다"고 당당하게 맞받아쳤다.
또 유정은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게릴라 콘서트를 할 때도 '단발머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셨어요. 크레용팝 선배님들의 이름을 말하면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크레용팝 선배님들도 이름을 잘 팔아먹으라고 응원해주시죠." 이렇듯 인공적으로 꾸미지 않고 속 시원한 화법은 단발머리만의 장점 중 하나였다.
단발머리의 일상은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MBC MUSIC '말괄량이 걸그룹 단발머리 길들이기'에서는 가감 없는 단발머리의 생활상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단발머리는 소속사 관계자에게 혼을 나기도 하고,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화도 내는 등 데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다혜는 감정을 돌려서 말하기보다는 직접 전달하는 편이었다. "다혜 언니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들을 곧바로 하는 장점이 있어요. 근데 잘못하면 사람들에게 비수가 꽂히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단비) "당황하면 얼굴이 빨개져요."(지나) 다혜 역시 자신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건데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래도 다혜는 뒤끝 없고 시원한 성격을 자랑했다.
유정은 '긍정 에너지'가 넘쳤고 멤버 중 가장 여성미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정말 활발해요. 에너지가 넘치는 게 문제죠."(단비) "유정이하고 티격태격해도 성격이 좋아서 잘 풀어요. 아이 같기도 해요."(다혜) "유정이는 팔다리가 길쭉해서 섹시하고, 중성적인 보이스가 매력적이죠. 근데 너무 길쭉해서 상체가 짧아 보이기도 해요."(지나) 유정은 단점에 대해 툴툴대기도 했지만 금세 미소를 지었다.
지나는 조곤조곤 말을 잘했고 웃음에 매력이 가득했다. "정말 귀여워요. 가끔은 너무 깔끔해서 피곤할 정도죠."(단비) "성격이 비슷해요. 말이 없을 때도 있는데 요즘에는 대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다혜) "생각이 정말 깊어요."(유정) 지나는 틈틈이 멤버들의 말을 거들며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해나갔다.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단비는 가냘픈 외모와 다르게 끼가 많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단비는 단아하고 청순한데, 너무 까불어요."(지나) "어른스러워요. 연습할 때는 정말 못 말리는 성격이에요."(다혜) "항상 중립적이에요. 낯가리는 게 조금 있는데 언니로서 속상할 때도 있어요."(유정) 모두 단비를 '실세 막내'라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듯 보였다. 그만큼 막내지만 단발머리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단발머리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각오를 전했다. "'단발머리'라고 말을 들으면 저희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남자의 로망이 긴생머리가 아닌 단발머리가 되도록 하고 싶어요. 꼭 평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받고 싶어요. 항상 노력하는 그룹이 되겠습니다."
남자의 로망은 이제 긴생머리가 아닌 단발머리가 될 듯하다. 왼쪽부터 다혜, 단비, 지나, 유정 ⓒ 크롬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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