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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돌아온 소사 "한국이 그리웠다. 그리고 굴비도!"

기사입력 2014.06.02 09:00 / 기사수정 2014.06.02 20:20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들어올 때는 화려하지만 나갈 때는 쓸쓸하다. 한국 무대를 밟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그렇다. 희망을 잔뜩 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팀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잔인하도록 냉정하게 퇴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아…그 투수 이름이 뭐였더라"고 기억을 더듬어야 할 만큼 희미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헨리 소사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KIA에서의 2년을 마친 뒤 미국에서 보냈던 4개월 그리고 다시 넥센과 계약을 하기까지. 묻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난 28일 서울 목동구장.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에 소사와 접선(?)에 성공했다. 여의도에 있는 집에서 출발해 편한 옷차림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소사는 처음 보는 기자가 낯설어서인지 한참 동안 애꿎은 명함만 만지작만지작했다.

"나이스 투 미츄(만나서 반갑다)." 인사를 주고받은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낯가림하던 소사가 미소를 되찾은 것은 역시 가족 이야기를 꺼낸 후였다. "딸이 정말 귀엽더라"고 하자 그는 수줍게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다. 이후 인터뷰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됐다.

▶ 굿바이 KIA, 다시 밟게 된 트리플A

헨리 소사는 지난 2012시즌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KIA에서 앤서니 르루와 함께 외국인 원투 펀치를 담당했다. 첫 시즌에는 23경기에 등판해 9승 8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고, 4차례 완투 중 완봉승도 한번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9경기에서 9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7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한다.

- 한국을 떠나 있었던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지난 2년동안 거의 400이닝 정도를 던졌기 때문에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에서 80이닝, 베네수엘라에서 20이닝 그리고 KIA에서 소화한 이닝까지 합치면 아마 400~500이닝 정도 되겠지. KIA를 떠나고 고향 도미니카에 가서 한달 정도 몸을 만들었고, 베네수엘라리그에서 시합을 뛰었다. 다행히 LA 다저스와 계약을 일찍하게 되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그럼 지난 시즌을 마칠 때쯤 굉장히 지쳐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정말 지쳐있었다. 한국에서 너무 많이 던졌다. 보통 한 경기당 100~120개 정도의 공을 던지고, 4일 휴식 후 등판한 경기도 몇차례 있었다. 피곤했다."

- 그러고보면 소사는 늘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투수였다. 본인이 많이 던지겠다고 고집을 하는건가?

"한국에서만 많이 던졌다(웃음). 그때는 내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코치님들이 '더 던질래?' 라고 물어보면 나는 늘 '더 던지겠다'고 대답했다."

-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것이 어땠나. 다시 적응이 필요했을까?

"베네수엘라리그에서 뛸 때 다저스와 계약을 했다. 나쁘지는 않았다. 2년동안 한국에서 배운게 많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확실히 한국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 그럼 트리플A에서 잘 뛰다가 넥센과 계약한 시기가 언제쯤인지 궁금하다.

"모든게 굉장히 빨리 진행됐다. 어느날(5월초) 에이전트가 내게 전화를 걸어서 '한국에서 다시 공 던질 마음 있어?'라고 묻길래 '당연하죠. 왜 없겠어요?'라고 답했다. 그 이후로 속전속결로 한국행이 진행됐다."

- 그래서였나. 지난 10일 트리플A 마지막 등판 기록을 보니까 ⅓이닝동안 볼넷 5개 안타 2개 묶어서 6점을 줬더라. 자책점이 무려 162였다(웃음). 혹시 그때 이미 한국에 올 것을 알고 있었나?

"맞다(순순히 인정). 한국에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붕 떠있는 상태였다. 조금 '크레이지' 상태였다(웃음). 한국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한국에 다시 가고 싶었기 때문에."

- 본인이 뛰기에 트리플A보다 한국이 훨씬 낫나?

"오 예스~ 훨씬 더 낫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미국보다 나은 것들이 많이 있다. 도시도 좋고, 치안도 좋아 생활하기가 편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좋다."

-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윤석민과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봤다.

"그때 내가 LA에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었는데 윤석민과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이가 많지? 그리고 먼저 미국 야구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친구 윤석민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가.

"우리는 동갑이다.(라고 소사가 말했지만 확인 결과 소사가 윤석민보다 한살 더 많다) 워낙 잘하는 투수니까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잘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 정도만 했다. 내 생각에는 미국 타자들은 한국 타자들과 성향이 다르다. 또 파워가 아주 좋다. 윤석민이 올해에는 특출난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더 잘할 것 같다. 한마디로,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하게 될 것이다."

- 이번에 계약하게 된 팀이 히어로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어땠는가.

"당연히 좋았다. 지난해 넥센은 정말 타선이 강한 팀이었다. 특히 나에게 정말 잘 쳤기 때문에 내가 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했었다."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각오도 남달랐을거고. 아무래도 몇달전에 떠났던 나라로 다시 돌아가는거니까.

"기분은 좋았다. 올해는 꼭 팀(넥센)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게 되기를 바랬다. 나는 한국에서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

-금으로 된?(웃음)

"그렇다(웃음)."

ⓒ 넥센 히어로즈

▶ 새로운 나의 집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 보강을 위해 최근 부진했던 브랜든 나이트를 방출한 넥센은 지난 15일 소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을 떠난지 6개월만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 항상 12시~12시 30분쯤 야구장에 나온다고 들었다. 투수치고는 조금 일찍 오는 편 아닌가?

"그렇게 이른건 아니다. 언제나 이 시간에 와서 훈련을 시작한다."

-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훈련하는 부분은?

"입국한 이후 일주일 내내 몸을 단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볼을 낮게 던지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있다."

- 지난주 복귀전이었던 삼성전에서는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한국 마운드에 서니까 어땠는지 궁금하다.

"홈런을 2개나 맞아서 좋은 경기는 아니었지만 퀄리티스타트한 것으로 만족한다. 아직까지 장시간 비행의 여파로 피곤해서 전력 투구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 그때 맞은 홈런에 대해 설명해달라(웃음). 실투였나.

"내 생각엔 실투였던것 같다. 두개 다 몸쪽으로 붙여서 던지려고 했는데 가운데로 몰려서 맞은 것 같다. 삼성같은 좋은 타자들이 있는 팀에게는 그렇게 실투를 던지면 무조건 장타로 연결되는 것 같다."

- 내일(29일)이 두번째 등판인데 KIA 시절에는 유독 목동구장에서 고전했다. 이유가 뭘까?

"알고 있다(웃음).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넥센과 경기를 했기 때문에 성적이 안좋았던 것 같다. 구장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넥센에 약했기 때문이다."

- 정말 긍정적인 것 같다.

"원래 그렇다(웃음)."

- 그런데 넥센 동료들과는 좀 친해졌나? 비니 로티노와 빨리 가까워진 것 같던데.

"그럼. 동료들이 너무나 좋다. 원래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 (고민하며) 한명만 고르지는 못하겠다. 모두 다 좋다. 비니 역시 그 좋은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다."

-로티노도 그렇고 올해부터는 외인 타자들이 한명씩 있는데, 그게 까다롭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한국 타자들보다 상대하기가 오히려 수월할 것 같은가.

"어떻게 상대하는지만 알면 괜찮을 것 같다. 어렵거나 그러지는 않고. 미국에서 같이 야구를 해봤던 선수들이니까 한번씩 상대만 해보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넥센에는 KIA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이강철 수석 코치가 있다. KIA에서도 같이 있었는데. 이 수석코치가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2012년에 KIA에 있을때부터 같이 있었고, 많은 도움을 주시는 코치님이다. 넥센에 왔을때도 잘왔다고 환영해주시며 도움을 줬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다."

ⓒ 넥센 히어로즈

▶ 내가 사랑하는 한국 그리고 가족

- 광주에서 살때도 가족이랑 같이 살았었나. 지금은?

"그랬다. 광주에서 살때는 내 사촌도 머물고 있었고 아내가 나와 함께 지냈다. 지금은 최근 아내와 딸이 한국에 들어왔다. 어제도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에 왔었다. 오늘은 올지 안올지 잘 모르겠다(웃음)."

- 한국에 다시 가자고 하니 아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알고 싶다. 좋아하던가?

"내 아내는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특히 옷이나 신발이 아내에게 잘 맞다. 아내가 쇼핑을 너무 많이 한다(웃음). 딱 코리안 사이즈다. 진짜(한국말) 매니매니 쇼핑. 작년에는 광주 충파에서 쇼핑을 자주 하더라. 거기에 옷가게가 정말 많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옷을 즐겨 샀다."

- 굴비를 엄청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다. 한 끼에 30마리 이상을 먹었다는게 사실인가.

"사랑한다. 굴비! 기억은 잘 안나지만 엄청나게 많이 먹었던 것 같다(웃음). 굴비 구이 요리였다. 굴비 말고도 볶음밥이랑 돼지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는 것… 아! 삼겹살을 좋아한다. 맛있어요(한국말)."

- 한국에서 훈련하는 이외의 시간에는 무얼하는지 알고 싶다. 특별한 취미라도 있는지?

"나는 영화보고 시나리오 쓰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액션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사실 작년에 윤석민을 LA에서 만난 것도 그때 그곳에서 열린 영화제에 갔다가 서로 통화한 후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은 것이다."

- 그럼 스트레스를 영화로 푸는 건가. 직접 쓴 시나리오를 살짝 보고 싶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영화를 보는 것보다 글을 쓰면서 푼다. 영어를 읽을 수 있지? 그렇다면 당연히 보여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각오를 말해달라.

"최소 10승은 하고 싶다. KIA에서는 2년 연속 9승에 그쳤다. 올해는 꼭 10승 이상 하고 싶고, 정말 잘하고 싶다. 넥센은 잘치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넥센팬들에게 한국에서 와서 정말 재미있으니 앞으로 잘 던지겠다고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 에필로그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는 말에 소사는 흔쾌히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늘 지니고 다니는 도미니카용과 한국용 휴대전화 중 한국용을 열어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씩 소개했다. "엄밀히 말하면 시나리오는 아니고 스케치 수준"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진 촬영을 해도 되냐고 묻자 "당연하다"고 답하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휴대전화 메모 어플 안에는 그가 틈틈이 작성했을 글들이 수십편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글 모두 빼곡하고 꼼꼼하게 쓰여 있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소사답게 내용은 대부분 피 튀기는(?) 장르. 기자가 "굉장히 의외다. 아주 섬세한 사람인 것 같다"고 칭찬하자 특유의 수줍은 미소가 다시 얼굴에 번진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제 훈련을 하기 위해 가야할 시간. 소사는 직접 인터뷰실 문을 열고 '레이디 퍼스트'라며 매너를 발휘했다. 마무리까지 훈훈한 만남이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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