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정준은 3-2로 앞선 7회 3루주자 나성범을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날렸다. ⓒ NC 다이노스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메이저리거로 17년 동안 활약했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감독직을 역임했던 토비 하라는 '야구 기록'을 두고 "비키니를 입은 소녀같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속살을 보여주지만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10일 마산 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NC 다이노스는 10일 롯데전을 치르기 전까지 2연패에 빠져 있었다. NC의 올 시즌 최다 연패는 2연패, 이날 경기에서 질 경우 3연패와 함께 4위 롯데와의 격차도 '종이 한 장' 정도로 좁혀질 만한 상황이었다.
5회 나온 박정준의 솔로 홈런으로 3-2 리드를 잡았지만 승리를 속단할 수는 없었다. 롯데는 앞서 두산과의 사직 3연전에서 매 경기 두자릿수 안타를 때려냈다. 9일 경기에서도 많은 주자가 출루했다. 다만 득점이라는 결과가 원활하게 나오지 않았을 뿐. NC에게는 추가 득점이 꼭 필요했다.
7회 선두타자 나성범이 행운의 2루타로 출루하면서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어 NC 부동의 4번타자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여기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 번트를 대면서 나성범을 3루에 보냈던 것.
2008년부터 2014년 5월 5일까지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무사 2루 시 득점 확률은 66.0%다. 1사 3루에서는 68.6%로 확률이 조금 상승한다. 하지만 평균 득점에서는 무사 2루가 1.20득점, 1사 3루는 1.04득점으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득점 확률은 미미하게 상승했으나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작아졌다(아이스탯 참조).
게다가 이호준은 2011시즌 이후 희생 번트 기록이 없다. 2011년 6월 23일 KIA전 3회 무사 1,2루에서 투수 앞 희생번트에 성공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근 3년 만의 희생번트였다. 그만큼 번트에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 차라리 4번타자답게 강공으로 주자를 불러들이려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 아니면 도'가 될 수도 있던 이 번트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테임즈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3루에서 박정준이 적시타를 날렸다. 점수는 4-2로 벌어졌다.
그런데 이호준의 번트 효과는 단순히 주자를 3루에 내보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박정준은 경기가 끝난 뒤 작전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이호준 선배가 번트를 대면서 주자를 3루에 보낸 만큼 무조건 불러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팀의 승리를 위해 진루타가 필요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정준의 적시타는 이날의 좋은 타격감이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이호준의 '절실함'이 전해진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과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4번 타자의 번트는 작전이 아니다. 감독의 메시지다". 이날 이호준의 번트는 작전이 아니었고, 감독의 메시지도 아니었다. 선수단이 서로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NC 이호준이 7회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 NC 다이노스 구단 제공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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