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 JTBC 방송화면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성공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감내하던 한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구겨졌다. 아내와 애제자의 은밀한 속삭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득바득 갈지 않았던 강준형은 또 분풀이를 참고 말았다.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 12회에서 강준형(박혁권 분)은 오혜원(김희애)에게 "당신 혹시 조인서(박종훈)와 작당하느냐"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드러냈다. 앞서 오혜원은 조인서에게 이선재가 독일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서한음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조인서 곁에는 늘 사람들이 달라 붙는다. 인재운도 좋다. 출중한 제자인 지민우(신지호)를 둔 그는 서한음대의 대표 얼굴로 연주회의 메인 연주자로 나선다.
대외적으로는 멋쟁이 신사인 강준형은 이러한 후배의 성공가도가 아니꼽다. 인자하고 신중한 성품의 조인서와 달리 강준형은 매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떼쟁이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 사람을 향한 평가는 당연히 천지차이다. 특히 서영우(김혜은)는 강준형을 대놓고 무시하곤 한다.
기를 못 피고 살았던 강준형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바로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강준형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뒤통수를 맞았다.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 맞는 아내와 애제자는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사랑을 속삭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참았다. 두 사람과 대면할 때는 어색함 없이 미소를 띠었고, 뒤돌아서서는 웃음기 없는 낯빛을 드러냈다. 온갖 추문이 난무하는 서한음대에서 오혜원과 이선재는 위험요소이자 자신의 출세를 위해 품어야할 반등의 키였다.
강준형은 두 사람의 밀회를 감추려 애썼다. 서영우가 이를 거론해도 정색하며 끝까지 숨겼다. 쇼윈도의 삶을 살아도 오혜원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속물의 근성이 사랑을 점했다.
그래도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가끔씩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았다. 주변인들이 자기를 무시해도 아내는 내 편이라고 자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성공의 조건이었던 오혜원과 이선재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고, 자신의 것들을 앗아갈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의 강준형을 보면 아내는 빼앗겨도 출세는 양도하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조를 무너뜨린 것은 자기 몰래 조인서와 유학을 도모한 오혜원이었다. 강준형은 지도교수인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
강준형은 오혜원에게 난생 처음으로 "너 나쁜년이다"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외도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전담교수를 거치지 않은 오혜원의 독단에 화를 냈다. 자신의 존립을 위협하는 도발로 느끼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처음부터 강준형은 아내의 사랑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혜원 또한 거친 야생의 숲에서 위로해주는 '어른아이' 강준형의 따뜻한 손을 바라지도 않았다. 부담감을 가중하는 남편은 서영우 못지 않은 정략적인 관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을 감수하던 강준형은 또 한 번 조인서의 벽에 가로막힐 위기에 처했다. 오혜원이 껴있다는 점은 그동안 축적됐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심을 크게 한다. 애제자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품은 강준형은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허탈함을 느꼈을 법하다. 초조한 그가 급하게 잡았던 외줄은 썩은 동아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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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