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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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 "망설였던 모일화役,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인터뷰)

기사입력 2014.04.16 06:40 / 기사수정 2014.04.16 00:38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모일화로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어요. 사실은 할까 말까 고민했었거든요."

지난 3일 종영한 '감격시대'. 드라마가 끝난 뒤 시청자들의 뇌리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중 한 명은 단연 송재림이다. 그는 단동 최고의 무술 고수 모일화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은 물론, 신비로운 이미지로 극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캐스팅 진행 당시 감독의 눈에도 단번에 송재림이 들어왔을 만큼, 그와 모일화는 소위 말하는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다. 그런 그가 모일화 역을 두고 고민했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마지막 회 방송 당일 오전까지 이어졌던 촬영으로 종영의 여운도 채 가시지 않았을 시간. '피곤하겠다'는 얘기에 연신 '괜찮다'며 엷은 미소를 띠고, '먹먹하고 짠했다'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인터뷰에 담아내던 송재림을 만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송재림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의식의 주인은 무의식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힐끗 보고 스쳐갈 수 있는 것도 기억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집어넣는다고. 권태완 기자
송재림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의식의 주인은 무의식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힐끗 보고 스쳐갈 수 있는 것도 기억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집어넣는다고. 권태완 기자


▲ 뻔한 캐릭터 될까 고민했지만…잘 할 자신 있었다

송재림은 "'감격시대'로 전작들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연기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까지 내가 했던 작업들이 결코 헛되지 않은 거구나'란 생각이 들어 감동적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런 그가 모일화 역을 두고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송재림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주인공을 위해 희생되는 그런 기존의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이는 단순히 출연 여부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다. 연기의 방향 설정. '배우'를 업으로 삼았기에,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던 그의 진지함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A4용지 두 장 분량의 대본. 그는 "모일화가 예전처럼 대사도 없고, '포스'만 풍기는 그런 역할일 줄 알았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 감독님과 리딩을 해보니 모일화는 무림고수이면서 포스도 있는데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하는 몇몇 포인트들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송재림이 처음 '4회 분량의 짧은 출연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도 주저 없이 마음을 굳힌 이유였다.

그는 모일화 캐릭터의 발판에는 자신이 그간 출연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의 운, '투윅스(2013)'의 김선생, 영화 '용의자(2013)'의 SA2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평소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이것저것 끼적이던 습관처럼,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을 덧붙여 모일화에 색을 입혀 나갔다.

'여성스럽다'는 시놉시스 상의 설정도 비틀어봤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발레리노의 우아함'. 평소 관심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의 캐릭터 이치마루 긴의 웃는 얼굴 속 잔인함 역시 함께 녹여냈다. 그는 "'모든 표정의 극과 극을 가보자'고 생각하다보니 만화 같은 표정도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얘기했다. 묵직한 낮은 톤의 음성을 내기 위해 발성 연습을 꾸준히 한 것도 효과를 봤다. 반응은 뜨거웠다. 9회 이후 잠시 극을 떠났던 그는 주 무대가 상하이로 옮겨진 16회부터 재등장했고, 24회 종영까지 함께 했다.

캐릭터를 살려낸 그의 섬세함은 시청자들이 꼽는 송재림의 여러 명장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일화와 가야(임수향 분)의 대결(9회) 중 "천재라는 게 정말 있었군요"라며 피 묻은 손을 털어낸 뒤 가야에게 손을 내밀던 장면은 그의 애드리브였다. 이 장면은 칭파오를 걷어 올리던 그의 모습과 함께 묘한 임팩트를 낳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송재림은 왕백산(정호빈)에게 고기를 주며 모욕감을 느끼게 했던 장면(18회) 역시 글만 쓰여 있던 장면에 본인이 애드리브를 추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재림은 '감격시대'와 공포영화 '터널 3D'의 촬영을 병행했다. 인터뷰 이틀 뒤 1회차 촬영 분이 남아있던 상황. 그는 '드라마 대본이 안 나와서 쉴 땐 영화를 찍으러 갔다'면서 웃었다. 권태완 기자

▲ 배우와 인간 송재림 사이의 간극은 카메라 앞에서만

올해 나이 서른. 그는 스물아홉과 서른의 경계를 '감격시대'의 촬영현장에서 보냈다.

송재림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단지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9살 때는 '30대'라는 어감이 주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면서 "촬영장에서 30살을 맞았다. 무덤덤한 마음과 기대감이 교차하지만, '언제는 오늘 같지 않았나'는 생각으로 초연하게 지내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중요한 시기에 만난 중요했던 작품. 그런 의미에서 '감격시대'는 그에게 더욱 특별하다. 연기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시도해봤다는 점이 그렇다.

그는 "'현장인'이라는 말이 참 좋다"면서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레디, 액션, 컷' 하는 순간에는 배우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인간 송재림이 되려고 한다. 그건 '현장인'으로서 현장 사람들과 같이 즐기고 싶은 마음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배우와 인간 송재림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그 때문이다.

또 송재림은 "남자배우의 매력은 30대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스스로에게 좀 더 겸허해질 수 있는, 삶에 대해 좀 더 철학할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팬들은 일찌감치 그의 다음 작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팬들 못지않게 빨리 차기작에 나서고 싶은 것은 송재림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칭한 그는 "한 달 넘게 쉬면 못 견딜 것 같다"면서 웃어보였다.

송재림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리게 걷고 있다'고 표현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왔고,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길을 다져왔다. '스펙트럼이 넓으면서도, 그 역할에서 나만의 캐릭터가 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렇게 조금씩 싹을 틔워가고 있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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