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진 "돈 주고도 못 들을 김수현 작가의 조언 얻었다"(인터뷰)

[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참 예쁘다. 쾌활하고 명랑하다. '세결여'의 '다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배우 장희진은 밝고 예쁜 배우였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톱스타이지만 김준구(하석진 분)만을 사랑하던 다미는 외로운 여자였다. 그녀의 외로움은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장희진은 다미의 외로움을 대변하는 듯 살이 쭉쭉 빠지기도 했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쉽고 섭섭해요. '다미'를 아직 내려놓지 못했어요. 이제 빠져나와야겠죠?"

극 중 다미는 이미 오은수(이지아)와 부부가 된 준구에게 마음을 놓지 못한다. 준구가 매몰차도, 다미는 꿋꿋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미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세결여'의 결말은 누구보다 다미에게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다. 사랑하던 준구와 잘 지내는 모습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결말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다미 입장이다 보니 정말 좋은 결말이 아닐 수 없어요. 저는 다미가 너무 짠해요. 잘 됐으면 좋겠고. 그래도 '세결여' 결말은 의외였어요.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흐지부지 없어지지 않고 인상적이길 바랐는데 정말 그렇게 됐고요."

하지만 장희진도 처음에는 '다미'라는 인물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극이 진행될수록 장희진은 잔뜩 수척해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초반에 다미를 잡기까지 힘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미화' 되더라고요. 다미를 이해하고 나니 안쓰럽고 짠했어요. 내가 이해 안 해주면 누가 이해해주나 싶었고요.(웃음) 드라마 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어요. 김수현 작가님이 놀라서 전화도 주시더라고요. 정신적으로 힘든 게 육체까지 왔어요. 거기다 감정 기복이 큰 다미 때문에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다미는 준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장희진 본인도 그럴 수 있는지 묻자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긴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과연 다미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여태껏 살면서 목숨을 내놓고 사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미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평생 있을까 말까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연애할 때 소극적인 편이라 본의 아니게 짝사랑을 할 때가 있어요. 다미의 사랑이랑은 많이 다르죠.(웃음)"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시청률 보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배우들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면 앞다투어 출연을 원할 정도다. 장희진은 '세결여'가 김수현 작가를 만나게 된 첫 작품이었다.

"사실 김수현 작가님이 깐깐하고 무서울 줄 알았어요. 겁을 많이 먹고 첫 리딩 때 15분 일찍 갔는데 제가 제일 늦게 갔더라고요. 다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런 적은 처음이라 많이 놀랐고, 신선했어요.(웃음) 김수현 선생님은 정확하고 예리하시고 분석도 잘하세요. 특히 배우들의 장단점을 각각 분석하고 그것에 맡게 대본을 써주세요. 혼날 땐 무섭긴 하지만 돈 주고도 못 들을 소중한 조언이라 연기가 많이 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다미'라는 역할은 등장인물 소개에도 뒤늦게 나올 만큼 미미한 존재감이었지만, '세결여'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 만큼 김수현 작가가 '다미'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작가님이 '다미'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해요. 김수현 작가님은 힘든 상황에 처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배우를 많이 캐스팅 하세요. 저 역시 '세결여' 전에 연기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위기에 직면했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을 만났어요. '다미'라는 인물이 비중도 없고 작은 인물이었는데 김수현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걸 보고 출연을 결정지었어요. 그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세결여'는 여주인공 오은수가 첫 번째 남편 정태원(송창의), 두 번째 남편 김준구와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결국 자기 자신과 결혼하며 끝을 맺었다. 드라마에는 다미와 준구의 불륜 뿐만 아니라 애정을 받지 못해 나이 만큼 성숙하지 못한 채린(손여은), 은수를 괴롭혔던 태원의 가족과 준구의 아이를 데려가버린 모진 준구의 가족도 있다. 한 번쯤 결혼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현실적이다.

"'세결여'는 결혼에 대해 항상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내가 은수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고. 결혼은 하고 싶어요. 꼭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하지만 모든 결정에는 선택이 있잖아요. 내가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마음 가짐을 꼭 가지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간 장희진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퍼주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세결여' 역시 실컷 준구에게 사랑을 퍼주었다. 또한 '다미'는 나오는 장면마다 임팩트가 있었던 만큼 쉽게 장희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다미'가 강하다고 해서 걸림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감사하게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 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대중들은 저에게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성격은 낙천적이고 욕심도 많지 않아요. 저랑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작품이 끝나면 그 인물로부터 잘 빠져 나오는 편이라는 장희진은 이번 '세결여'의 '다미'는 왠지 놓아주기가 힘든 기색이었다. 

"올해 바람은 다작(多作)을 하는 것이에요. 아직 차기작으로 결정된 건 없어요. 촬영 중인 영화를 마무리하는 상태에요. '세결여'처럼 몰입하고 욕심을 내서 매달렸던 작품은 처음인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애착이 많이 가요. 그래서 '다미'에게서 빠져나오기가 힘들 것 같기도 해요."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장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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