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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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PD의 '밀회', 클래식계의 '하얀거탑'이다

기사입력 2014.03.30 22:56 / 기사수정 2014.03.31 03:32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초조함과 설렘을 자아내는 김희애와 유아인의 은밀한 거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클래식 음악이 묘한 여운을 주는 가운데, 클래식계의 막후를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의 극 배경은 바로 서한예술재단과 서한음악대학교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성대하게 치러지는 음악회에는 저명한 인사들이 드나들고,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는 것은 고위층이 가진 특권이라 할 정도다.

이곳은 선망의 종착지다. 모든 음악인이 갈구하는 곳이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서한음대'의 브랜드 파워는 4회 방송에서 입증됐다.

이선재(유아인 분)는 자신을 밀어내는 오혜원(김희애)이 섭섭했고, 순간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가 엉망이라고 느껴, 연주자를 윽박지르기에 이른다.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선재 앞에 서한음대 교수인 강준형(박혁권)이 나타났고, 피아노 교사의 표정은 싹 바뀐다. 선재는 결국 무혐의 처분됐다. 밑바닥부터 살아온 선재가 서한음대라는 배경을 등에 업자, 사람들은 그를 높여보기 시작한 것이다.

으리으리하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치열한 입시 시즌마다 학생 끼워 넣기 등의 비리는 정례화됐다. 이것을 빌미로 부당거래가 일어나며 더 좋은 제자를 얻고자 파워게임이 펼쳐진다.

세력의 중심 서한그룹 회장 서필원(김용건) 일가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의 아내인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은 의붓딸인 재단 산하 아트센터 대표 서영우(김혜은)와의 패권 다툼에서 이기고자 한다. 또 뒤에서는 서필원을 '좀팽이'라고 칭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큰 여우' 한성숙의 계략을 모를 리 없는 서영우는 어릴 적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한성숙이 더욱 얄밉게 느껴진다. 서영우 또한 아버지를 '그 영감'이라고 부르며 앙금이 있음을 암시한다. 두 상류층 사모님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욕설을 날리며 서로 대립각을 세운다. 

서필원은 배후에서 이를 느긋하게 지켜본다.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의 싸움이 안타깝다면서 대부의 인자함을 보이지만, "한성숙은 젖도 크고 다 좋은데 다른 주머니가 너무 커져 버렸다.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놨다"라고 말하며 언제든지 내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불신이 팽배한 전략적 관계다. 앞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비열한 웃음을 짓고, 배후에서는 동향을 살피며 언제든지 집어삼키고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클래식계의 자화상이다.

특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뒤에서 사태를 관망했던 민학장(김창완)의 적극적인 가세는 어두운 단면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밀회'의 제작·총괄을 맡고 있는 박준서 CP는 "민학장은 클래식계의 비리에 핵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음대 내에서 정치력을 휘두르는 민학장은 앞으로 인물 간의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작품에 녹여내는 안판석 감독은 지난 2007년 연출한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전형적인 의학 드라마에서 벗어나 병원 내의 권력 암투를 그려냈다. 외과 과장이라는 권력 앞에서 비열해지는 인간의 질주와 종말을 담아내며 메디컬 드라마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냈다.

박 CP는 "고상해 보이는 클래식 음악계의 이면에 가려진 부정부패와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다. '하얀거탑'이 병원 내의 정치 싸움을 다뤘다면, '밀회'는 이제 본격적으로 음대내의 부조리한 세태를 다룰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김용건, 김창완, 김혜은, 심혜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 JTBC]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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