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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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온몸으로 노래를 받아냈고 25년이 흘렀다(인터뷰)

기사입력 2014.03.31 07:15 / 기사수정 2014.03.30 22:51

한인구 기자


▲ 이은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25년 노래했다. 어느덧 맨발이 그를 상징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무대와 하나 되는 발바닥. 무대의 냉기와 발 끝의 온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소리는 녹아들고 관객들은 몰입한다. 공연장에는 열기가 휘감돈다. 그 비결은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있는 그대로 표현 데에 있었다. 자신을 소리를 담아내는 악기로 설명하는 가수 이은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은미는 26일 새 미니앨범 'Spero Spere(스페로 스페레)'를 발표했다. 앨범명은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고단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분의 어깨를 두드려 드리고 싶었어요. 힘들고 깨지는 삶 속에서도 아직은 괜찮다는 말을 담았죠." 이은미는 대중이 자신에게 느끼는 억센 느낌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노랫말을 표현할 수 있는 이은미"가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어 했다.

타이틀곡은 '가슴이 뛴다'다. 좌절에 굴하지 않으면 다시 인생의 봄이 온다는 노랫말를 담았다. "비를 통해 후회나 찌꺼기를 씻어내고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고 싶은 열정을 표현했어요." 이 곡은 '애인 있어요'를 작업한 윤일상과 함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희대의 히트곡을 만든 가수와 작곡가가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은미는 '가슴이 뛴다'가 150여 곡 중에 추스른 다섯 곡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작곡가보다 작품이 우선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윤일상이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윤일상의 곡이 된 것이지 윤일상 곡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죠." 이은미는 '가슴이 뛴다'를 선택하기 전까지 윤일상의 곡을 네 번이나 되돌려 보냈다고 했다. 한마디로 "까였다"는 것. 하지만 윤일상은 이윤미가 거절한 곡을 다른 가수에게 주지 않았다. "그에게 놀랐던 것은 저만을 위한 곡을 쓴다는 거예요. 또 어떻게 쉬우면서도 힘 있는 곡을 쓸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해요."

이은미의 새 앨범은 음반 발매 뒤 다음 날 음원을 공개했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아날로그적 선택이었다. 음악 작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날로그 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했어요. 한 부스에 저와 연주가들이 들어가서 한 번에 녹음을 마치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이은미는 이 때문에 새 앨범도 공감각이 살아있는 앨범이 탄생했다고 웃어 보였다. 레코딩 방식뿐만 아니었다.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도 다분히 옛 방식을 택했다. "리버브를 사용하지 않고 보컬을 녹음하거나 진공관 마이크로 배음을 담아냈죠."

이은미는 디지털 시스템의 피로감도 토로했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저도 살다 보면 너무 많은 정보나 매체에 노출되죠.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많고요. 그 속에서 음악을 들으시면서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해요." 세련되지 않은 방법은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앨범이 나오면 '올해의 음반'으로 항상 꼽히는 이유다. 그는 쉬운 길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최근 실력파 음악가들의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음악 속에서 새로운 시도 또한 잊지 않았다. 이은미는 새로운 것보다 좋은 작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관록 있는 가수의 새로운 시도가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명기는 훌륭한 연주자의 오랜 연습량과 손때 묻은 악기가 조화를 이룰 때 나와요. 이제 인생을 조금 알아가는데 굳이 어떤 것들은 낡은 표현법이라고 생각하는 건 본인의 정체성을 반대하는 거라고 봐요." 또 음악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모든 음악이 그것만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25년 동안 노래를 해온 이은미는 음악이 "할수록 모르고 어렵다"고 말했다. "아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어설플 때는 정말 뭔지도 모르고 부딪히면 됐죠. 열정만으로 깨지고 나동그라지기도 했지만요. 지금은 알고 있으니까 '꽝'하고 부딪히기가 어렵네요." 잔꾀 부리지 않고 세상과 음악을 받아들인 이은미였다. 소리를 담아내는 명기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공연을 하면서 진공상태처럼 공기가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이 유체이탈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었어요. 그 짜릿함은 사운드에서 오죠. 제가 소리굽쇠가 되고 마지막에는 공명만 돼서 가볍게 뜨는 기분이죠." 이은미는 이런 희열감 때문에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연에서 몰입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단 다섯 번밖에는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해 노래하진 않았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나이가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셨죠. 어느 순간 나이가 그렇게 됐어요." 그는 음악을 통해 사회가 조금 더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랐다. 쉬지 않고 노래하는 것만이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길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은미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세상으로 내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는 보컬리스트고 앞으로도 보컬리스트예요. 많은 분이 이 시대를 살면서 이은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서 좋았다고 기억하시면 저는 모두 다 이뤘다고 생각해요. 항상 새로운 변화와 꿈을 꿀 수 있고, 제 목소리로 활력을 드리고 싶어요. 고여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이은미 ⓒ 네오비즈]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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