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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 간지러운 봄날'…유발이의 소풍 '쎄라비'(인터뷰)

기사입력 2014.03.09 13:31 / 기사수정 2014.03.10 09:29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봄날의 햇살을 머금었다. 훈훈한 봄기운이 실린 바람은 그대로 귓속을 파고든다. 미끄러지듯 흘러들어온 노래는 어느새 마음을 간지럽힌다. 싱어송라이터 유발이(26·본명 강유현)의 음악이 그렇다.

유발이의 소풍, 3집 앨범 C'est la vie(쎄라비)가 지난달 13일 발매됐다. C'est la vie는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수록곡들을 모아보니,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이었죠. 담아낼 문장 혹은 글을 찾다가 '쎄라비'라고 이름 붙였어요."

'유발이'라는 애칭도 이와 비슷하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친구들이 "유현이 발 못생겼다"고 해서 유발이가 됐단다. '쎄라비'처럼 '유발이'라는 이름에도 일상이 꾹꾹 눌러 담겨있었다.

3집 앨범 '쎄라비'를 관통하는 건 봄과 인생이다. 봄날에 기지개를 켜듯 나른하지만 그 속에 활기도 들어차 있다. "각자 사람마다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우울하거나 과격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본성은 밝은 편이어서 음악에도 묻어나는 듯해요." 유발이의 음악이 따스한 봄날과 닮은 이유를 짐작케 했다.

타이틀곡은 앨범 이름과 같은 '쎄라비'다. 3/4박자의 왈츠곡으로 스윗소로우의 송우진과 불렀다.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살아가며 완벽하게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은 없다는 가사가 귓가에 맴돈다. "거리를 지나가는 꼬마도 그날의 역경과 슬픔이 있죠. 그럼에도 지금을 행복하게 살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유발이는 경쾌한 왈츠 리듬에 자신이 느꼈던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유발이가 관찰하고 생각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1,2,3'에도 이어진다. '1,2,3'은 경쾌한 비트에 간소하게 쓴 가사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문제는 똑같아요. 핑계만 붙이는 것이지 결국은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했죠." 이 곡의 '항상 그 자리에'라는 가사가 스쳐갔다.

유발이는 모든 수록곡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그런 하루'를 꼽으며 "브라스 녹음에 '킹스턴 루디스타' 분들이 정성스럽게 녹음해 주셨고, 가사도 '잉여로운 하루'에 대한 가사여서 두루두루 재밌었던 곡이었죠"라고 답했다.



작업하면서 가장 고생했던 곡은 '봄 아직도'라는 첫 번째 트랙의 곡이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기 전 유발이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였다. 자연스럽게 노래를 시작했지만 음악에 목소리를 싣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현악기, 피아노, 목소리로만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 걱정이 많았어요. 악기 파트가 많지 않아 보컬에 대한 부담이 컸죠." 유발이는 수차례 녹음을 했지만 결국엔 첫 번째 녹음이 앨범에 실렸다며 웃음을 내보였다.

유발이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를 따라 간 피아노학원이 여기까지 인생을 안내해온 것이다. 본래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목표로 했지만 대학교는 재즈 피아노 연주로 합격해 자연스럽게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다.

그는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헬로루키'로 선정됐고, 같은 해 제5회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거리의 악사'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학을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공연을 하려고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유학을 가기 전에 했던 다섯 번의 공연이 커져서 '유발이의 소풍'이 됐죠."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대상의 부상이 앨범을 내주는 것이었기에 지금까지 음악활동을 하게 됐다고 했다.

'유발이의 소풍'라는 이름은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즉흥적으로 지은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짓고 이것저것 의미를 붙이다 보니, 정말 좋은 의미인 거 같아요. 소풍 가는 마음으로 한 다섯 번의 공연이 큰 계기가 됐듯이요."

유발이는 소풍을 떠나듯이 훌쩍 여행을 가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녔다. 한 달동안의 프랑스 여행에서는 60개의 공연을 보며 핸드폰을 쓰지 않는 목표도 달성했다고 넌지시 이야기했다. "제가 독립된 의지로 움직일 수 있을 때부터는 뻔질나게 다녔어요. 부모님은 싫어하셨지만요.(웃음)"

아무 의미 없었던 것 같은 '소풍'이라는 이름에도 결국 유발이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앞으로는 점점 더 한가롭지 못한 삶을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행을 가면 노는 데에만 집중하죠. '앞으로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겠지'라는 마음으로요." 유발이는 똑같은 음악을 들어도 도심 속에서 듣는 것과 자연을 벗삼아 여행지에서 듣는 것은 흡수력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이 소풍은 한 번씩 다 가봤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소풍을 갈 수 없는 어른들은 제 음악을 들으면서 예전에 소풍을 갔던 느낌을 받으셔도 되고, 소풍을 앞둔 분들은 미리 소풍의 느낌을 받으셨으면 해요. '유발이의 소풍'은 그런 음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이번 앨범으로 열심히 소풍 다녀야죠."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유발이 ⓒ 드럭레코드]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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