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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원이 "클라라 레깅스 시구? 제가 먼저 하려 했었죠"

기사입력 2014.02.23 12:43 / 기사수정 2014.02.23 16:01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클라라 씨가 시구 했을 때의 레깅스 복장이 제 무대 의상과 비슷하다고요? 아니죠. 전 데뷔 때부터 쭉 레깅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어요. 시구도 계획돼 있었죠."

트로트계의 대형 신인으로 통하는 지원이. 그는 어쩌면 클라라보다 먼저 섹시 레깅스 시구를 선보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때 가요계의 주류 음악이던 트로트는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인기 장르에서 밀려난 상태다. 팬 층도 가수들의 연령도 자연히 높아져갔다. 이따금 젊은 신인 가수도 등장하지만 이들이 선보이는 무대는 옛날 가수들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20여 년간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는 정체된 채 발전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원이는 트로트 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데뷔한지 1년 4개월이 지난 지원이는 트로트 계에서는 아직까지 새파란 신인이다. 한 시간 단위로 갱신되는 실시간 차트 까지 신경 쓰며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에 비해 트로트 계의 호흡은 여유롭다. 신곡을 발표하면 노래를 알리는 데만 3개월 이상 전국 순회를 해야 한다. 한곡이 나오면 길게는 3년을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트로트 계에서 지원이의 인지도는 무척 높다.



트로트 계의 인기 가수들은 주로 공중파 방송사의 지역 민방을 통해 방송되는 MBC '가요베스트'와 SBS '전국 TOP 10 가요쇼'에 출연한다. 두 프로그램은 트로트계의 '뮤직뱅크'와 '인기가요'로 불리고 있다. 지원이는 허참과 함께 '전국 TOP 10 가요쇼'의 MC를 맡고 있다. 트로트 내에서만 따진다면 이미 '인기가요'의 MC를 맡았던 아이유나 걸스데이 민아와 비슷한 위치에까지 올라와 있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지난달 말 선보인 신곡 '삐빠빠 룰라' 또한 트로트 계에서 무척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곡은 트로트에 소울팝 스타일의 라틴리듬이 더해져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 냈다.

어떤 요인으로 지원이가 단기간에 트로트 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까?

기존 트로트 가수들이 선보이지 않았던 화려한 퍼포먼스를 트로트 음악에 접목했기 때문이다.

"'트로트 가수는 왜 노래만 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어요. 트로트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가수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습니다."

지원이는 데뷔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끼를 보였다. 데뷔곡 '행복한 세상' 무대에서 그는 홀터넥 상의에 레깅스를 입고 골반 춤을 췄다. '인기가요' 무대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했다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로트에서 이러한 콘셉트와 퍼포먼스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학창 시절 육상과 정구를 했던 지원이는 탄탄한 몸매와 건강미를 갖추고 있다. 그는 조용한 노래를 부를 때도 레깅스 의상을 고집하며, 턴 동작 등 단순한 동작이라도 퍼포먼스를 넣는다. 지원이가 섹시한 포즈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은 마치 클라라가 레깅스 복장으로 시구를 하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클라라와 유사한 느낌이 난다는 지적에 지원이는 뜻밖의 말을 했다.

"사실 제가 클라라 씨보다 먼저 레깅스를 입고 나왔어요. '행복한 세상'으로 데뷔할 때부터 까만 레깅스를 입고, 라인을 강조하는 콘셉트를 했었죠."

지원이는 클라라가 지난해 5월 프로야구 시구를 선보이기에 앞서 시구 제의를 받아, 시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단. 당연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레깅스 차림에 몸매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클라라가 비슷한 콘셉트로 시구를 함으로 인해, 시구 계획은 취소됐다. 자신이 클라라를 따라 한다고 여겨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셉트가 겹치면서 생겨난 해프닝이지만, 실제 지원이의 무대를 살펴보면 클라라의 시구 장면이 연상될 만큼 섹시하다.



클라라 때문에 시구가 취소된 것이 감춰진 해프닝 이었다면, '군통령' 사건은 겉으로 드러난 또 다른 해프닝이었다.

"지난해 OBS '한마음 음악회'라는 방송에서 군대를 찾아가는 위문 공연을 했어요. 3번째 출연 때 수원에서 가진 무대를 한 의경 분이 찍어서 자기 블로그에 올리셨더라고요. 방송에서는 비춰지지 않은 실제 군인 분들을 위해 준비했던 무대였어요. 그런데 그 영상이 일파만파 퍼진 거예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이 일 때문에 언론에서는 자신을 '군통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정작 본인은 그런 이름 때문에 자신이 트로트 가수라는 것이 가려질 까봐 조심했다. 마치 자신이 군부대 행사 전문 가수로 알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없다 보니, 트로트를 알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섰던 무대에요. 군부대에 가면서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고 훈장과도 같은 그런 타이틀을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로 인해 저를 격려해주는 분이 너무나 많았어요. 60만 국군 장병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원이는 뜻밖의 일로 받은 많은 관심과 사랑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하나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겉치레 수준의 군통령이 아닌 정말 군통령이 되겠습니다. 저에게 '군통령'이라는 애칭을 주신 것에 보답하고 싶어요. '지원이씨가 하는 군부대 영상은 어디서 볼 수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백령도나 연평도에 계신 장병 분들은 한 번도 무대를 못 보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 곳에도 가서 무대를 해야 진짜 군통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명, 20명만 있는 작은 산간 부대도 갈 생각이에요."

사실 트로트 계에 지원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지원이는 10년간 데뷔를 하지 못하고, 이렇다 할 트레이닝도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연습을 해왔다. 트로트 가수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제작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여러 소속사를 전전했었죠. 트로트 가수로 준비를 하다가도, 아이돌 팀으로 저를 집어 넣더군요. 아이돌이 안 되면 탤런트를 제시하기도 했고요. 그러기를 10년째 반복했어요. 레슨 받을 돈이 없어서 혼자서 연습했고, 트로트 전문 가요제에 나가곤 했죠. '전국 노래자랑'에도 나가서 노래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실력 평가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지원이는 이미자, 심수봉, 패티김, 김추자, 한영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배 가수들의 보이스 톤과 창법을 들으며 연습을 해왔다. 그리고 비욘세와 마돈나의 무대를 보며 퍼포먼스를 익혔다. 트로트 가수 준비는 그렇게 대부분이 독학으로 이뤄졌다. 지원이는 "데뷔 이후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그동안의 긴 여정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저는 지금도 비욘세와 마돈나의 무대를 보면서, 트로트 무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로트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은 그의 성장 과정과 연결된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지원이는 민요와 가요를 주로 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육상 선수를 했고, 대학교 때는 정구를 했다. 그가 운동을 하면서 이어폰을 꽂고 들었던 음악도 트로트다.

"트로트의 템포가 4분의 4박자잖아요. 운동을 하는데 페이스 조절도 됐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보이는 곳에서건 그렇지 않은 곳에서건 최선을 다하는 가수가 될게요. 그리고 저 지원이가 앞으로도 트로트를 활성화 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원이는 조만간 '지방'을 넘어, '서울'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중파 예능 방송이나 음악 방송에도 조만간 모습을 비출 예정이다. 아직까지 '공중파'에서는 신인과 별 다를게 없는 그다.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트로트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 있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지원이 ⓒ 소속사 제공]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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