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아직도 '총리와 나'의 여운이 남아있죠."
윤시윤은 지난 4일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극본 김은희, 윤운경/연출 이소연)에서 국무총리 이범수(권율 역)의 수행과장이자, 천방지축 여기자 윤아(남다정)를 묵묵히 지켜주는 강인호를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운이 남아 있다던 그의 말처럼, 인터뷰에서 만난 윤시윤은 여전히 '총리와 나' 속 강직하던 '강인호'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윤시윤은 "지인들을 만났을 때 대화 주제도 여전히 드라마 이야기다. 몇 달 동안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뭘 해도 신나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윤시윤은 아직 강인호의 느낌이 남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강인호가 아닌 윤시윤으로는 언제든지 말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늘 그렇듯 작품의 마지막을 맞은 뒤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윤시윤은 "모든 걸 쏟아냈기 때문에 뿌듯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게 부족했구나' 반성도 했다. 쉴 때 모자랐던 부분을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한없이 자상하고 믿음직했던 강인호가 친형의 복수를 위해 권율에게 접근했다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훌륭하고 존경할만한 그의 인품에 고뇌하는 연기는 시청자들에게도 특히 인상 깊게 남았던 장면이다.
이에 윤시윤은 "애초부터 강인호는 권율이 미웠던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짐을 짊어지고 권율 앞에 섰지만, 막상 그를 가까이서 보니 그는 정말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랬을 때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생각과 그에 대한 존경심, 그게 양립하는 상황에서 언제 원망하고, 또 언제 존경해야 하는지 정답이 없는 상황을 늘 고민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와 스태프, 작품에 임하는 모든 이들은 각자 최고의 작품을 꿈꾸게 마련이다. '최고의 작품이 나온 그 순간에 우리가 있었다'는 기쁨은 다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순간이자 감정이기 때문이다.
훈훈했던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된 17회의 긴 여정이었지만, 그런 면에서 줄곧 한 자릿수의 시청률에 머물렀던 '총리와 나'는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준혁 학생'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최고 시청률 49.3%를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제빵왕 김탁구(2010)'의 성공을 겪어봤던 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윤시윤 역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그는 "하지만 시청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를 봐 주신 분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말하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에서 위로와 반성을 얻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리와 나'를 통해서 윤시윤이 얻은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그는 "진짜 연기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배웠다"고 얘기했다. 그 '행복'이라는 말은 대본을 공부하거나 드라마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 촬영 후 늘어난 연기에 칭찬도 받고, 촬영을 마치는 '컷'소리를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하는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어느덧 20대의 마지막. 윤시윤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연기와 함께 울고 웃었다. 그는 20대의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30대에 내가 어떤 연기를 해야 좋을까'를 잘 생각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꿈꾸기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게 아주 작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서 완성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질문 하나에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답을 이어가던 윤시윤은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지난해 자신이 출연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에서 10m 다이빙에 도전했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물과 고소공포증을 가진 윤시윤은 당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10m 다이빙에 성공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었다.
윤시윤은 "그 때 느낀 게 '물러나지 않으면 느리더라도 언젠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거였다. 힘들어서 주저앉기는 했어도, 뒤로 가지 않으니 할 수 없을 것 같던 10m를 뛰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나진 않겠다. 그럼 언젠가는 팬들도, 나도 바라는 배우로서의 그 '10m'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빽도'는 안 할 테니 믿어 달라"고 강조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데뷔 6년차. '행복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윤시윤의 연기 레이스는 그렇게 또 새로운 막을 열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윤시윤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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