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02.07 17:05 / 기사수정 2014.02.07 17:42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였다. 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4경기에 등판해 218⅓이닝을 투구하면서 3692개의 공을 던졌다. 삼진은 217개로 리그 7위였다. 삼진을 가장 많이 잡아낸 선수는 다르빗슈 유(텍사스)다. 32경기 209⅔이닝에서 277개의 탈삼진을 올렸다. 2위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보다 투구 이닝은 4⅔이닝 적었지만 삼진은 37개가 많았다. 전체 투구수는 3451개로 리그 9위였다.
삼진이 많은 다르빗슈는 투구수가 리그 10위권, 투구수가 많은 벌랜더는 삼진이 리그 10위권. 속설처럼 삼진이 많을수록 투구수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도 나온다. 삼진과 투구수는 생각보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81명 가운데 탈삼진 하위 20명의 이닝당 투구수는 평균 약 15.71개였다. 상위 20명은 약 15.92개로 나타났다. 한 이닝에 약 0.2개 차이. 이 수치만 보면 삼진이 투구수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유효한 듯하다. 하지만 하위 10명과 상위 10명으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탈삼진 상위 10명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5.57개, 하위 10명은 15.64개로 역전됐다. '삼진'보다는 '개인'의 차이가 투구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다. 한편 규정이닝을 채운 전체 투수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5.87개다.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선수 사이에서도 편차가 있었다. 9이닝당 탈삼진이 9.0개 이상인 선수 12명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던진 선수는 우발도 히메네즈(전 클리블랜드)로 1이닝에 17.32개를 던졌다. 가장 적은 공을 던진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는 1이닝에 15.11개를 던졌다. 삼진 비율은 오히려 페르난데스가 더 높았다. 투구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또 있다. 볼넷과 피안타 등 얼마나 자주 출루를 허용했느냐의 여부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주자가 나갈수록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진왕' 다르빗슈의 지난 시즌 투구 일지를 보면 삼진과 투구수의 상관관계는 또 한 번 멀어진다. 다음 표는 다르빗슈의 올 시즌 경기 일지에서 볼넷과 삼진, 이닝당 투구수만 비교한 것이다. 붉은 선은 삼진, 파란 선은 볼넷이다. 붉은 선(삼진)보다 파란 선(볼넷)이 녹색 선(이닝당 투구수)과 더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투구수 증가의 원인이 삼진보다는 볼넷에 있다는 의미다.
'삼진이 투구수를 늘린다'는 가정은 '맞혀 잡는 투구가 효과적이다'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맞혀 잡는 투구가 정말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 '인플레이된 타구의 타율', 이른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가 대표하는 '투수가 피안타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이론은 '맞혀 잡는 투구가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을 전면으로 부정한다.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 톰 탱고는 "인플레이가 된 공이 안타가 되고 범타가 되는것은 운이 44%, 투수가 28%, 야수가 17%, 구장이 11%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위 이론에 따르면(투수는 피안타에 크게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맞혀 잡으려 들수록 피안타는 늘어나고, 당연히 투구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맞혀 잡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던진다고 한들 타자가 3구 이내에 승부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한편 지난 시즌 가장 적은 이닝당 투구수를 기록한 선수는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였다. 219⅔이닝 동안 3102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4.12개꼴이다. 9이닝당 탈삼진은 7.58개로 평범했지만, 9이닝당 볼넷이 1.72개에 불과했다. 볼넷이 적은 선수들은 대부분 이닝당 투구수도 적었다. 9이닝당 볼넷 상위 10명 가운데 평균(15.87개) 이상의 이닝당 투구수를 기록한 선수는 댄 하렌(다저스, 16.37개)뿐이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에딘손 볼퀘즈, 마이클 영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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