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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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로 제2의 '컨트롤비트 대란' 시작됐다

기사입력 2014.02.05 07:52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여자 가수들 사이에 'let it go' 커버(cover·따라 부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8월 '컨트롤 비트'를 타고 불었던 '힙합 디스 대란'을 연상케 한다.

지난달 16일 국내 개봉한 'let it go'는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 겸 가수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가 'let it go' 또한 애니메이션 OST 및 팝송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음원 차트들을 휩쓴 상태다. 예정에 없던 한국어 버전의 음원 출시가 긴급히 추진될 정도다. 'let it go'의 공식 한국어 버전은 씨스타 효린이 불렀다.

'let it go'의 인기는 국내 여가수들의 커버 열풍으로 이어졌다.

첫 주자는 에일리였다. 에일리는 지난달 17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let it go'를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이어 그룹 다비치 이해리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겨울왕국' 드디어 봤어요. 집에 오는 내내 'Let it go' 심하게 부르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이라는 글을 올리더니, 29일 '샤넌의 작은 음악회'에 출연해 'let it go' 오리지널 버전 1절을 열창했다.

가수 디아 역시 지난 2일 유투브 에 스튜디오에서 'let it go'를 부른 영상을 업로드해, 네티즌의 극찬을 받았다. 신인 가수 은가은이 지난달 24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역시 뒤늦게 알려지며 커버 대열에 합류했다.

네티즌들은 "'let it go' 덕분에 국내 여가수의 가창력 배틀이 벌어졌다"고 흥미로워 하며 검색을 멈추지 않았다.



4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let it go' 커버와 관련된 것들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곡 제목 'let it go'와 노래를 부른 가수들 이해리·디아·에일리·은가은 등은 물론 원곡 가수 이디나 멘젤까지 검색어로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가수도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며 몇몇 유명 가수를 지목했다. "'불후의 명곡2'에서 'let it go'로 여가수들끼리 경쟁하는 특집 편을 기획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8월 힙합곡 '컨트롤(control)'을 타고 불었던 '컨트롤 비트 대란'을 연상케 한다.

'컨트롤 비트 대란'은 미국에서 옮겨 오며 국내 힙합계를 들끓게 했다. 미국의 신예 래퍼 켄드릭 라마가, 빅션이 발표한 곡 '컨트롤(Control)'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인기 힙합 뮤지션들을 싸잡아 비판하자 이에 대한 현지 가수들의 대응(response)곡들의 발표가 이어졌는데, 이러한 현상이 국내로도 번진 것이다.

'let it go' 커버 열풍은, 특별한 메시지 없이 단지 가창력만이 전달된다는 점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다. 다만 '디스(diss) 곡'들은 가사를 통해 상대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곤 하지만, 그와 함께 자신의 랩 실력을 자랑하는 것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내놓은 곡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다. 가수로서의 실력을 과시한다는 면에서 'let it go' 커버 열풍과, '컨트롤 비트 대란'의 유사성은 충분하다.

'컨트롤 비트 대란'을 통해 이센스, 쌈디, 다이나믹듀오 개코 등 유명 힙합퍼들은 자신들의 '힙합 정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또한 스윙스, 어글리덕 등 국내 래퍼들이 좀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let it go' 커버 열풍은 통해 이해리, 에일리 등 기존 가수들의 가창력이 다시금 대중에게 인식되도록 했으며, 디아·은가은 등 무명 가수 및 신인 가수들이 주목을 받는 계기도 마련했다.

2009년 데뷔했지만 가수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디아는 'let it go'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5일 방송되는 MBC뮤직 '쇼! 챔피언'에서 'let it go'로 단독 무대를 갖게되는 경사도 맞았다.

'let it go' 커버 열풍이 '컨트롤비트 대란'과 비견되고 있다는 지적에, 디아는 엑스포츠뉴스에 "일단 현상 자체가 비슷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나는 팬 분들이 몇 십 명쯤은 보시겠지 하고 무심코 올린 영상으로 이렇게 까지 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면서 "다른 가수 분들과 노래가 비교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것은 영상을 보는 분들이 판단을 하는 것이고, 나는 원곡에 충실하게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주시는 말씀을 다 받아들이며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디아는 또한 이번 열풍이 인지도가 낮은 가수들이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여태껏 활동하면서 곡을 발표하고도 방송 무대를 못 선적이 많았다. 그래서 '공중파 음악 방송에서만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5년간 UCC(User Created Contents)를 꾸준히 만들어 올렸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곡의 인기에 편승해 너도 나도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순수한 의도로만 비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곡이 지닌 묘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디아는 "'let it go'는 가수라면 누구나 다 불러보고 싶을 만한 훌륭한 곡이다. 아직까지 여러 가수분들은 이런 순수한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팬들이 '나의 목소리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아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let it go' 커버 열풍은 앞으로 하루 만에 그칠 수도 있다. 이 대열에 뒤늦게 합류할 수록 그 의도를 의심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히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let it go'를 불렀던 가수들의 '진심'은 분명히 가요팬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이해리·디아·에일리·효린, 이센스·개코·슈프림팀·타이미·스윙스, '겨울왕국' 스틸컷 ⓒ 해당 영상 캡처, 쌈디 트위터, 엑스포츠뉴스DB, 아메바컬처, 타이미 미투데이, 브랜뉴뮤직, 디즈니]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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