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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그린라이트] A 로드는 왜 '일그러진 영웅'이 됐을까

기사입력 2014.01.14 10:46 / 기사수정 2014.01.31 11:25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가십거리로 전락한 스타의 몰락은 흥미롭다기 보다 씁쓸하다. 그 당사자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면 더욱 그렇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십수년간 메이저리그를, 나아가 미국 야구 전체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군림해왔다. 통산 654홈런 1969타점 평균 타율 2할9푼9리. 그리고 14차례의 올스타 선정, 실버슬러거 10회 수상, 리그 MVP 3회 수상 경력 외에도 결코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스타성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결혼과 이혼, 수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염문설 등 시끄러운 사생활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만, '프로' 로드리게스는 언제나 성적으로 말했다. 현역 선수 중 통산 홈런 1위(654개)이자 배리 본즈의 기록(762개)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으며 야구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두 차례나 기록했다. "야구는 몰라도 '에이 로드'는 안다"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닌듯 했다.

누구에게는 우상이고, 누구에게는 목표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라이벌이었던 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그해 2월 기자 회견에서 로드리게스는 그동안 실체없는 소문 같았던 금지 약물(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텍사스에서 뛰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경기력에 대한 압박감으로 금지된 약을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스테로이드가 정확히 얼마만큼의 경기력 향상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진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기록상 로드리게스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3년간 각 52, 57, 47개의 홈런을 쳐냈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던 시기이기도 하다. 

※A 로드 2001~2003시즌 기록(아메리칸 리그 기준)
-2001시즌 : 632타수 201안타(4위) 52홈런(1위) 135타점(3위) 133득점(1위) 타율 0.318 출루율 0.399 장타율 0.622(3위)
-2002시즌 : 624타수 187안타 57홈런(1위) 142타점(1위) 125득점(2위) 타율 0.300 출루율 0.392 장타율 0.623(3위)
-2003시즌 : 607타수 181안타 47홈런(1위) 118타점(2위) 124득점(1위) 타율 0.298 출루율 0.396 장타율 0.600(1위)



기록적인 측면에서 로드리게스는 약물 복용 시인 이후 빠르게 내리막을 탔다. 2009시즌 양키스가 월드시리즈를 재패하고 로드리게스는 다음해에 13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1시즌부터 홈런 갯수는 급격히 떨어졌고, 타석수 대비 삼진 비율이 늘어났다. 팬들은 이미 금지 약물 복용 전과가 있는 그에게 "약물의 힘이 떨어졌느냐"고 조롱하기 바빴다.

로드리게스의 두번째 대형 스캔들은 2013시즌을 앞두고 터졌다. 왼쪽 엉덩이 수술과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맨 단장과의 불화설에 휩싸였던 그는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의 도핑 테스트 결과 테스토스테론 복용 사실이 드러나 21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을 부정하며 항소한 로드리게스는 일단 시즌은 마무리 지었다. 

현지 언론은 로드리게스의 거취가 1월 중에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MLB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16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팀당 한 시즌에 치르는 경기가 162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필드를 밟을 수 없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이는 금지 약물 관련 징계로서는 MLB 역대 최대 규모다.

로드리게스는 변호인단을 통해 즉각 연방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금지 약물 공급책으로 알려진 노화 방지 클리닉 '바이오 제네시스'의 앤서니 보쉬 원장이 13일 공중파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로드리게스의 약물 복용과 관련된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보쉬 원장이 공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로드리게스는 본즈의 홈런 기록을 깨기 위해 '거미(Gummy)'라 불리는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 원장은 이 약물을 주사하면 힘과 집중력이 향상되며 소변을 통한 도핑테스트에서도 검출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로드리게스와 은밀하게 주고 받았던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내보였다.

보쉬 원장의 증언이 미치는 파장은 크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와의 '노사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고 나아가 메이저리그 선수들 전체에 대한 '약물 복용 의혹'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 타이밍에서 또 다른 복용 의심자가 나타난다면, 메이저리그도 더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차례 피바람이 불지도 모른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설령 연방 법원에서 판결을 뒤집는다고 해도, 이미 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주워 담기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교 재학 시절 '탑 유망주'로 꼽히며 1993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시애틀에 입단한 선수다. 수 많은 홈런과 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그가 남긴 모든 기록들이 100% 약물의 힘이라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 

하지만 이제 '양치기 소년'이 된 그의 변명을 들어줄 사람이 몇 명이나 남았는지 모를 일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근사한 '홈런왕'은 이제 '약물왕'으로 남게됐다. 그리고 팬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에이 로드'의 침몰을 지켜보고 있다. 

이 싸움이 길어질 수록 추해지는 것은 로드리게스 자신 뿐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알렉스 로드리게스 ⓒ 뉴욕 양키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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