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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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뛰어 넘은, 순수 마이너리거 성공사례는

기사입력 2014.01.13 14:40 / 기사수정 2014.01.13 23:47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 수준의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외국인타자 시대가 열리면서 유망주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찾아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적은 숫자지만 비(非)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더욱 돋보인 사례도 있다.   

13일 현재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전 구단이 외국인선수 3명과 계약을 마쳤다. 한화도 타자 펠릭스 피에, 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영입하고 나머지 한 명의 자리만 남겨두고 있다. 외국인선수 보유가 2인에서 3인으로 늘어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기록한 루크 스캇(SK), 요미우리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데니스 홀튼(KIA) 등이 한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시장이 확대되고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선수 영입도 '메이저리그 경력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한국에서 훌륭한 기록을 남긴 선수들도 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위 찰리 쉬렉(NC)가 그랬고, 더블A에서 주로 뛰었지만 한국 야구를 거친 뒤 국가대표에 뽑힌 마리오 산티아고(전 SK, 푸에르토리코)가 그랬다.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이름값'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찰리는 NC 입단 이전 마이너리그에서 131경기(선발 96경기)에 등판했다. 더블A 경력이 53경기로 가장 많았고, 이어 트리플A에서 29경기에 출전했다. 트리플A에 머문 2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3.89,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18이었다. 한국에서 뛴 지난 시즌 기록은 평균자책점 2.48, WHIP 1.24였다. 9이닝당 탈삼진은 6.1개에서 5.52개로 줄었고, 볼넷은 1.5개에서 2.86개로 늘어났지만 장타 허용이 줄어들면서(9이닝당 피홈런 1.0→0.3개) 평균자책점이 크게 낮아졌다.

찰리와 함께 NC에서 2013년을 시작한 아담 윌크(현 피츠버그 마이너), 에릭 해커(NC)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찰리보다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아담의 트리플A 성적은 42경기 252⅓이닝 평균자책점 2.96, WHIP 1.07이었다. NC가 내세운 'ACE' 트리오 가운데 마이너리그 성적이 가장 좋은 아담이었지만 시즌 중 퇴출당하고 말았다.



SK에서 뛰었던 마리오는 '흔한' 트리플A 경력도 한 시즌 19경기(선발 4경기)에 불과했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통틀어 마이너리그 성적은 평균자책점 4.04, WHIP 1.38로 평범했다. 하지만 2012시즌 한국(18경기 95⅓이닝 평균자책점 3.40)을 거쳐 2013년 WBC에서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WBC에서는 2경기 8⅔이닝 평균자책점 3.21, WHIP 1.15였다. 일본과의 4강에서는 4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결승행에 앞장섰다.

벤자민 주키치(전 LG)와 데릭 핸킨스(전 두산)도 메이저 경험이 전혀 없었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핸킨스는 정규리그에서 평균자책점 6.23, WHIP 1.65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11⅔이닝 5실점(2자책), 평균자책점은 1.54였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실점 기록은 전부 7차전에서 나왔다.

주키치는 비(非) 메이저리그 출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예다. 트리플A 성적은 62경기(선발 3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03, WHIP 1.35였지만 한국에서 뛴 첫 두 시즌(2011~12) 기록은 평균자책점 3.53, WHIP 1.26으로 떨어졌다. 주키치의 성공 비결은 '개성'에 있었다. 직구 구속이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디셉션'을 통해 타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번 시즌에는 한화 클레이와 함께 코리 리오단(LG)이 비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한국 무대에 도전한다. 클레이는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보스턴에 지명됐고, 리오단은 2007년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콜로라도의 지명을 받았다. 클레이가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2.49, WHIP 0.99를 기록한 것과 달리 리오단은 평균자책점 6.75, WHIP 1.8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리오단이 속했던 '콜로라도스프링스 스카이삭스'가 그 이름처럼 해발 1800m에 홈 구장을 두고 있다는 점, 소속 리그가 타자친화적인 패시픽코스트리그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비무관 평균자책(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은 4.91로 평균자책점과 큰 차이를 보였다. 리오단과 함께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뛰었던 크리스 볼스태드(두산)는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이 4.58이었지만 FIP는 4.61로 오히려 높았다.

냉정하게 말해 리오단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결과물은 분명 '낙제점'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할 무기가 있다면 반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베일이 벗겨질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NC 찰리, 전 SK 마리오, LG 리오단 ⓒ 엑스포츠뉴스 DB, LG트윈스 구단 제공]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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