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이르게 찾아온 초겨울 강추위 속에 어반자카파(▲사진, 좌측부터 권순일·조현아·박용인)가 따뜻한 감성의 3번째 정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최근 가요계의 트렌드가 보는 즐거움'쪽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반자카파는 음악이 갖는 본연의 매력을 충실히 앨범에 담아내고 있는 '젊은 피'들이다. 박용인과 권순일이 25세, 조현아는 24세로 한창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과 비교해도 많지 않은 나이다.
2009년 데뷔한 어반자카파는 '커피를 마시고', '그날에 우리', '니가 싫어' 등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며 음악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음원 순위에서 대세인 아이돌 틈바구니에서도 이들은 신곡을 출시할 때마다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반자카파는 메이저 지향의 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 어반자카파가 예능 출연 욕심을 안부리는 이유?
어반자카파를 만나고 '정말 욕심이 없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 음악팬들은 이들이 좀더 TV에 많이 나오고, 좀더 유명해지기를 바란다.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활동하기보다, 미디어의 힘을 빌어 좀더 임팩트 있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MBC '나는 가수다2'에 숨은 가수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어반자카파를 예능에서 본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예능 출연 욕심이요? 별로 없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 최대한 천천히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조현아)
이들에게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음악을 꾸준히 오래하고 싶을 뿐이다. 현재 자신들이 거두고 있는 성적에 만족하고 있는 어반자카파의 목표는 '평생 지금만 같았으면' 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현아는 "콘서트를 집중해서 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앨범이 나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에 한 번 정도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연말 가요 시상식에 가서 상을 받거나 하는 게 어울리지도 않고요. 지금처럼 음악을 들어주시는 것에 충분히 만족해요."(권순일)
■ 멤버간의 연애 감정? 절대 안 생겨요
그만큼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고집도 있었다. 어반자카파가 음악의 높은 퀄리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권순일은 "우리가 만족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스스로가 만든 곡에 대해 만족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 위한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번 앨범 제작에 들어간 기간은 두달 남짓.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앨범을 내려면 그 이전부터 꾸준히 곡 작업을 해 두어야 한다. 여느 싱어송라이터처럼 어반자카파도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현아는 "녹음 이전에 23개월 이상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커피를 마시고' 같은 노래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사랑 받을 수 있다. 그렇게 계산해서 쓰면 우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와 '그러지 않으면 우리를 싫어하지 않을까'의 무한 반복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솔로였으면 이겨내기 어려웠겠지만, 팀이기 때문에 덜어낼 수 있었다. 서로 '욕심 부리지 말자'고 결론 내고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커피를 마시고'나 '니가 싫어' 같은 성공한 노래를 답습하기보다, 지금 떠오르는 것들을 소신 있게 담은 것이다.
권순일은 조현아의 히스테리 증세를 은근슬쩍 폭로했다. 그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예민하고 섬세한 면도 있다. 현아씨가 가장 심하다. 곡이 잘 안 써지면 잠수를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현아는 "맞다. 멤버들에게 술 마시면서 '나는 아무 것도 못해. 노래도 못해' 이런 소리를 한 적도 있고, 전화해서 '오늘 하루 종일 너한테 짜증낼 거니까 다 받아'라고 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은 변함없는 10년지기 사이다. 조현아는 "'혼성 그룹인데 사적 감정 안생기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러면 애들이 '하아'하고 한숨을 쉰다"며 웃었다. 박용인은 "이렇게 안생기기도 쉽지 않은데 정말 안 생긴다"며 거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고, 활동할 때도 매일 보다보니 판타지가 생기지 않아요.(웃음)"(박용인)
■ 8시간 걸린 녹음. 감정 복받쳐 펑펑 울었죠
어반자카파는 이번 앨범에 좀더 성숙해진 감성을 담았다.
"이전 앨범들보다 좀 더 외로운 감성을 담았어요. 사랑 얘기 보다는 사람들 얘기를 많이 담으려 했죠."(조현아)
때문에 곡 템포가 느려지거나 재즈풍 또는 모던록적인 느낌의 편곡도 들어갔다. 다만 멤버들은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 있기 때문에, 특정 장르로 이번 앨범을 규정하기를 원치 않는다. 음악은 음악 그대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살 나이를 더 먹은 어반자카파가 쓴 가사는 좀 더 어른스러워졌다. 멤버들은 "올해는 생각이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전보다는 덜 직설적이고 덜 유치한 가사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권태기에 접어든 느낌이 난다는 지적에 권순일은 "쉬운 모습은 지겹다. 지켜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연애를 하고 있다는 박용인은 "나는 권태기가 아니다. 내가 겪은 이야기 외에 친구들이 겪은 이야기도 가사로 쓴다"고 해명아닌 해명을 했다.
멤버들은 녹음 과정이 힘들었던 2번 트랙 '코끝에 겨울'을 기억에 남는 곡으로 꼽았다. 박용인은 "내 파트를 녹음하는데 8시간이나 걸렸다. 녹음 당시 내가 감정이 안잡혀, 동료들이 헤어진 내 여자 친구 얘기를 했다. 감정이 복받쳐 펑펑 울면서 녹음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듣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어반자카파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혼성 그룹임에도 남녀의 파트가 단절되지 않고 서로 어우러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용인은 "레코딩 할 때 그 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 조현아는 "권순일의 역할이 크다. 미성이기 때문에 좋은 브릿지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권순일은 "우리는 음역대 중 공백이 없는 점이 장점이다. 음역대 때문에 특정 곡을 피할 염려가 없다. 어떤 곡을 써도 세 명으로 해결이 되니 편하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반자카파는 순수하면서도 고집이 있는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도 일정 부분 동의했다.
권순일은 또한 "'앨범을 만들 때 우리 내에서 해결하자'는 식으로 우리끼리 정한 약속이 있다. 주변에서는 고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끼리 약속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현아와 박용인은 "열심히 준비한 앨범을 재밌게 잘 들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1번부터 12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잘 들어주시면 연말에 따뜻한 에너지를 받으실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팬들에게 짧은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멤버들에게 간단한 정리 멘트를 부탁하며 다소 길어진 인터뷰를 정리했다. 어반자카파의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은 소박한 정감이 느껴지는 한 시간이었다.
어반자카파는 3일 새 앨범을 발표한 뒤, 2주간 방송 활동을 갖는다. 이후 12월 20일부터 서울, 대구, 부산, 대전 4개 도시에서 총 8회에 거친 전국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플럭서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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