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 그 이상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새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모든 건 평범한 거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 비운의 천재 작가 이상의 이야기가 단막극으로 새롭게 펼쳐졌다.
28일 방송된 MBC 드라마 페스티벌 여덟 번째 이야기 '이상 그 이상'은 이상의 친구 본웅(정경호 분)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우인상'이 1972년 종로의 화랑 골목에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화랑의 주인 재문(한상진)과 이상의 부하 수영(조민기)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상이라는 인물과 30년대의 황실의 비밀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긴박하게 그려졌다.
이상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그 특이하고 어려운 글에 난감을 표했을 것이다. 이렇듯 이상은 글을 쓰면서 대중의 사랑과 이해를 바라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해 있었다. '이상 그 이상'은 그러한 이상의 괴짜다운 면모와 허구의 내용이 잘 버무려져 몰입도를 높였다.
극 중 이상(조승우)은 "이 나라의 미래 따윈 없다네"라는 말을 달고 살며 당시 사회에 비관적인 시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고 인생을 즐기는 괴짜였다.
이상은 자신의 시 '오감도'를 비난하는 군중에게 불을 빌려주며 "다음엔 무엇을 태울 것이냐"라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에게 정체가 발각되자 "이 똥을 써 갈긴 놈이 나다. 이 머리들로는 이해를 못하니 돼지들에게 진주 목걸이가 얼마나 무겁겠냐"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비꼬며 지나친 자의식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상은 대표작 '날개'에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구절을 통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살아있지만 죽은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극 중 이상 역시 현실을 방관한 채 자신은 '20세기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은 고종이 숨겨놓은 황금의 위치가 담긴 밀지를 구하게 되면서 눈빛이 달라지게 됐다. 조선 황실의 마지막 황금이란 말에 대한제국 재건에 대한 꿈을 키웠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던 이상은 자유로운 새들의 움직임을 보고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결국 밀지의 암호를 풀어냈다.
조선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이상은 위기를 넘고 넘으며 금괴를 찾았지만, 황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황실의 마지막 황금은 고종이 명성황후를 추억할 때 들여다본 반지였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선의 미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파라다이스를 바라는 자가 있기에 우리에게 희망은 늘 존재하다는 의미였다.
일제 식민지 아래 억압된 현실 속에 필요했던 것은 자유였다. 이상이 새의 날개짓으로 희망을 본 장면은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현실을 부정하는 그의 모습엔 분명 세상을 바꾸고 싶은 모순된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상 그 이상'을 통해 조승우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각혈을 하면서도 "내 피가 무기질의 혼합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태연해 하는 그의 모습은 한 없이 게으르고 알 수 없는 인물 이상 그 자체였다. 또한 밀지를 해석하며 황실의 비밀을 찾아나가는 이상의 천재성은 조승우의 진지한 눈빛으로 완성됐다. 조승우는 냉소와 절망뿐이지만 가슴 속 한 켠에 열망으로 가득찬 괴짜 천재의 양면을 미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박하선 역시 모던룩이 잘 어울리는 외모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비밀을 지닌 인물 경혜를 잘 표현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정체는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또한 조승우의 절친으로 출연한 정경호, 인교진 역시 시대극임에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상 그 이상'은 MBC '마의'의 집필을 맡았던 김이영 작가와 공동연출을 맡았던 최정규 PD를 비롯해 조승우, 한상진, 인교진이 출연하며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된 MBC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페스티벌'은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촬영단계부터 특수영상, CG 등 후반작업까지 완벽한 UHD로 제작됐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이상 그 이상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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