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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5집' 아날로그 정서, 이 시대에도 통할까? [리뷰]

기사입력 2013.11.14 07:54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음반이 탄생했다. 가수 이적의 새 앨범은 두 시대의 경계에서 처절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왔다. 음악 속에서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적은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모(某) 카페에서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기자들과 함께 들으며 "정규 앨범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내 또래 뮤지션들은 정규 앨범을 내야할지 고민한다. 2~3곡 정도만 묶어서 발표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음악을 들어왔고, 그에 대한 포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적의 새 앨범은 은근한 윤이 났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 가치가 느껴질 듯하다. 앨범은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CD를 틀면 트랙 하나하나가 이어지며 한편의 영화를 본 것과 비슷한 느낌도 준다.



'고독의 의미'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수록곡들에는 고독과 공허, 그리고 막막하면서 애절한 느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앨범은 실연의 상처를 노래하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로 시작해, 외로움과 불안을 호소하는 '누가 있나요'로 이어진다. 또한 한 때 사랑을 나눴지만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남녀를 다룬 '비포 선라이즈'까지 '사랑 노래'또한 애잔하다. '뜨거운 것이 좋아'와 '숨바꼭질'처럼 밝은 느낌의 곡이 중간 중간 들어가 피로를 덜하게 해준다.

이런 감정은 독특한 느낌의 복고풍 아날로그 사운드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가사가 어우러졌기에 형성되고 있다.

이적이 3년 만에 들고 나온 사운드는 그 장르를 쉽게 정의내릴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스스로도 수록곡들의 장르를 규정짓지 못할 정도다. 이적은 앨범의 음악적인 방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투적인 느낌이 나타나면 과감히 버렸다. 특정한 아티스트를 참고하거나 지향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이적 음악 안에서 여러 요소들을 통합시켰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데뷔 때부터 트렌디한 사운드를 만들지는 않았다. 이 시대의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섞어서 그 느낌을 살려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복고풍 아날로그 사운드를 기반으로 일레트로닉 느낌의 디지털 사운드가 가미됐으며, 일부 곡들은 디지털 사운드 위주로 곡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느낌이 강하다.

가령 3번 트랙 '사랑이 뭐길래'는 록으로 시작됐다가 곡 중간부터 클럽뮤직으로 전환된다. 무리하다 싶을 만큼 급하게 분위기가 바뀌는데, 그럼에도 그 것이 무척 자연스러워 매력적이다. 곡 후반부는 세련된 일렉트로닉 음악의 느낌이 난다. 타이거JK의 랩 피처링 또한 튀지 않고 곡 속에 자연히 녹아들어 있다.

7번 트랙 '뭐가 보여'와 9번 트랙 '병'은 어둡고 기괴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여러 가지 사운드 이펙트 들이 치밀하게 맞아 떨어져 있다. 이런 실험적인 곡들은 앨범 수록곡이 아닌 싱글 곡으로는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앨범은 타이틀과 동명인 '고독의 의미'로 마무리된다. 그리 무겁지 않은 곡 속에 외로움이 느껴지는 가사와 목소리가 여운을 안겨준다.



이적은 "이번이 혹시 내 마지막 앨범이 된다면, 폼 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적의 18년 음악 인생이 한 장의 앨범에 통째로 담겨 있는 느낌이다. 3년의 공백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가해졌고, 앨범의 완성도도 높다.

다만 음악들이 진지하면서 어려운 느낌도 있다. 인스턴트 느낌이 강한 지금 음악 시장에서 이런 결과물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적의 5집 앨범은 15일 정오 공개될 예정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이적 ⓒ 뮤직팜]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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