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이 미지근한 결말로 아쉬움을 남겼다.
27일 방송된 '결혼의 여신' 마지막 회에서는 송지혜(남상미 분), 송지선(조민수), 홍혜정(이태란), 권은희(장영남) 등 네 명의 여자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각각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남편(권해효)의 귀여운 지지 아래 미국 연수를 떠난 송지선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인공들의 행보는 훈훈함보다 찝찝함이 더 크다.
은희는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줬던 필호(곽희성)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신시아 정(클라라)와 바람을 피우고도 뻔뻔함을 잃지 않았던 남편 노승수(장현성)와 재결합을 결심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혜정 역시 시댁으로 돌아가며 결혼 생활 내내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혼외 자식을 두고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 강태진(김정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특히 감옥에 수감된 태진을 자주 면회가며 오히려 이전보다 가깝고, 편해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내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펼쳤던 송지혜는 스스로가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멋진 남자"라고 말했던 남편 태욱(김지훈)과 이혼한 뒤, 그토록 바라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는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현우(이상우)와 처음 만났던 제주도에서 우연히 재회해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로서 36회까지의 마라톤을 마친 '결혼의 여신'에서 '시월드'와 화끈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멋지게 펼쳤던 조민수의 캐릭터 송지선은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태란이 연기한 홍혜정 역시 다시 시댁으로 복귀하기 전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통쾌함을 선사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모욕하는 남편의 굴레를 끝끝내 벗어나지 못한 권은희와 자신을 최대한 배려하는 '훈남' 남편의 정성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재벌 시댁이 부담스러워 끝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송지혜의 모습은 가엾다기보다 답답했다는 평이다.
또한 송지혜가 결혼 전 운명적으로 만나 내내 아련한 감정을 품었던 현우 역시 공감을 사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혜가 결혼한 후, 자신의 약혼녀(고나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현우는 우유부단 했다.
4회 연장의 후유증이었을까. 마지막 회에 등장한 정대현(박완규)의 뜬금없는 '돌잔치 콘서트' 장면은 필요 이상으로 길었고, 극중 지혜가 출간한 책인 '결혼의 여신'이 출연자들에 의해 반복해 언급되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지닌 커플들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결혼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표방하며 초반 많은 관심을 얻었던 '결혼의 여신'은 결국 마지막회까지 진정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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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결혼의 여신 종영 ⓒ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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