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상큼함. 20대의 재기 발랄함. 10대, 20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언니 코스프레가 난무하는 가요계에 진짜 언니들이 돌아왔다. 30대의 경험으로 스스로 입으로 굳이 내가 언니야~~라고 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두명의 언니, 가희 그리고 박지윤이다.
▷ 내가 진짜 Bad Girl, 조용하고 강렬한sexy!! 가희
그 시작은 가희다. 가희의 타이틀 곡은 고인이 된 로티플 스카이의 유작으로 가희는 컴백 전부터 주목받았다.
사실 그녀의 타이틀 곡이 얼마나 중독성이 있고,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지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수많은 솔로 여가수들이 여러가지 컨셉 중 하나로 섹시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희는 그녀의 분위기나 그녀의 가요계 입문 등의 태생을 보았을 때 섹시 이미지는 단 하나의 선택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무대 역시 섹시하다.
하지만 It's Me.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섹시함은 요란하지 않다. 노출 의상도 없고, 화려한 액세서리도 없다. 그녀는 그녀의 최대 매력 포인트인 탄탄한 복근을 유일한 액세서리로 이용하고 있다. 그녀는 매니쉬한 정장을 무대의상으로 택했고, 1집보다 한결 여유롭고 다양해진 연기과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가희는 20대가 가질 수 없는 진짜 언니만이 가질 수 있는 센 언니의 느낌을 정확하게 가지고 있다. 가희는 자신이 나쁜 여자라고 큰소리로 떠벌리지도 그걸 표현하기 위하여 크고 화려한 사운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자신의 가치를 조용히 읊조린다. 안무도 요란스럽지 않다. 정확한 리듬에 정확한 동작, 그리고 그 절제된 동작에서 보이는 힘. 그녀의 노래처럼 그녀가 정말 'Bad gir'l인지는 'Good girl'인지는 알 수 없지만, 'cool'하고 'sexy' 해보이기는 한다. 그리고 그 조용함은 오히려 강렬하게 그녀를 부각시킨다.
가희의 나이와 경험은 그녀의 노래와 무대가 꾸며지고 만들어낸 가짜가 아니라 그간 단련되어와서 그녀 안에 내재한 진짜라고 느껴지게 한다.
▷ 이젠 더 자신 있게 내 이야기를 할 거야!! 박지윤
그 다음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성인식을 치른 박지윤이다. 너무나 많은 여자 가수들이 그 성인식을 시도하지만, 박지윤만큼 성공적인 성인식을 치른 여가수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성인식 덕분에 박지윤은 오랜 시간 동안 음악적으로 방황을 해야 했다. 그녀가 다시 음악을 하려고 돌아옸을 때 그녀의 음악적 성향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음악을 들려 줄 작정을 한 듯 보였다. 그러나 돌아온 박지윤은 그녀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녀의 타이틀곡 'Mr.LEE'는 사실 음악만으로는 대단히 섹시하지는 않다. 하지만, 언니의 이미지가 섹시하고 센 언니의 이미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박지윤은 묘하게 섹시한 의상을 입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의 만들어진 섹시함은 의상일 뿐 그녀는 뮤직비디오에서 섹시해 보이려고 노력하거나 억지표정을 짓지 않는다. 타이틀곡의 가사 역시 억지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또한 20대의 표현과는 차이가 있다. 박지윤 역시 시끄럽게 혹은 너무 발랄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읊조리고 있다. 오히려 조곤조곤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30대 여자의 연륜과 어색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20대의 사랑은 처음과 같은 느낌이 있어서 말그대로 설렌다. 하지만, 30대는 이미 모든 걸 경험해 보아서 이 설렘이 묘하게 나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험도 많아서 과감하게 표현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두가지 감정의 묘한 섞임이 음악과 박지윤의 목소리에 묘하게 잘 섞여들어 있다.
진짜 언니들이 돌아왔다. 30대의 성숙함과 더불어 진솔함을 표현할 수 있는 언니들이다. 노래가 진짜 그녀의 성격을 반영했는지 음악이 그녀들의 진짜 모습을 반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조금 더 진솔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경험과 연륜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진심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설익은 매력도 그렇다고 너무 익어버려 초월한 모습도 아닌 30대라는 나이대에서 적당한 감정들을 표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고민할 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가요계에서 그녀들의 포지셔닝,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짚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우선은 상큼 발랄 10대 20대 소녀들이 장악한 이 가요계에서 30대 언니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러 돌아왔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싶다. 진짜 센언니를 보여주는 가희, 더 대담해지고 솔직해진 언니가 된 박지윤, 당신은 어떤 언니의 모습이 더 좋은가? 그리고 어떤 누나가 더 끌리는가? 2013년 가을, 진짜 언니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글] 이해랑 객원 칼럼니스트
[사진] 가희 박지윤 ⓒ SBS·엑스포츠뉴스DB / 정리 = 이우람 기자 milan@xporsnews.com
이우람 기자 mila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