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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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출범 75일, 선을 위한 소중한 '첫 점'을 찍다

기사입력 2013.09.06 22:11 / 기사수정 2013.09.06 22:24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 조용운 기자] 한창 무더위가 시작되던 지난 6월 24일 이른 아침, 대한축구협회 회장단은 아침부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모였다. 브라질월드컵 진출이 확정되고 일주일, 가장 기쁠 순간이지만 태극호를 이끌 수장을 찾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날 브라질에서 대표팀을 지도할 감독이 확정됐고 알려졌던 대로 홍명보 감독이 성배를 들었다. 홍 감독은 다음날 곧장 취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고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일일이 받아적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느긋했다. 급하지 않았다. 과정을 강조했고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다짐했다.

거북이 걸음이지만 확실하게 브라질로 가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단단하게, 지금의 기쁨이 1년 후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리라는 의식은 모두가 공감했다. 이상은 알겠으나 계속 미뤄지는 승리 소식이 반가울 리는 없다. 호주와 중국을 지나 일본에 패하면서 승리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번에도 홍 감독의 답은 같았다. "첫 승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금은 대표팀을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그 다짐은 페루전 무승부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A대표팀 부임 후 4경기 연속 승리가 없던 감독은 없었다. 그런데 홍명보호는 4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했고 서서히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음 상대가 크로아티아로 확정되었던 터라 자칫 무승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급하게 크로아티아 앞에 아이티와 친선경기가 배정됐다. 이제는 이길 때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옥석을 가린 국내파에 유럽파까지 총동원했다. 그동안 짧은 소집 기간으로 빠듯한 48시간 메니지먼트를 주장했던 홍 감독은 한층 여유로운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훈련 이튿날에는 선수들에게 휴식까지 부여했다. 경기를 치르고 장시간 비행까지 한 지친 몸을 회복해 확실하게 이기겠다는 뜻이었다. 파주NFC에서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다. 섣불리 선발 11명을 구성하기보다 적절하게 국내파와 유럽파를 섞고 두 팀으로 나눠 전술 훈련을 했다. 원톱 시스템을 지향하면서도 구자철의 제로톱을 잠깐 엿보기도 했다. 경기 전날 실시한 마지막 훈련까지 베스트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느닷없이 김보경은 흰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조끼 입은 팀과 안 입은 팀에 유럽파가 나뉘어 선발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공개훈련이 공개 같지 않았던 기분 속에 홍 감독은 "흔들림 없이 과정을 중시해가는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는 말로 승리를 언급했다. 각오에서 느껴지는 힘은 상당했고 그라운드 안에서 현실화된 움직임도 날카로웠다. 손흥민과 지동원, 구자철, 이청용 등 유럽파를 전후반에 걸쳐 모두 사용한 홍 감독은 아이티의 반격을 무력화하며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4-1 대승의 포문을 연 대표팀은 90분 동안 14개의 슈팅을 아이티 골문에 퍼부었고 상대의 위협적인 부근에서 15개의 프리킥 기회를 가져가는 등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부분전술도 시험하는 장이었다. 후반 들어 정통 공격수인 지동원을 불러들이고 이근호를 올려 구자철과 함께 공격 선봉에 서게 한 홍 감독은 후반 막판에는 김보경까지 투입해 다재다능한 공격자원을 공격수처럼 활용했다. 승리와 함께 반드시 해냈어야 할 여러 테스트도 성공적으로 마친 하루였다.

홍 감독은 경기 전날 "매 경기 점을 찍고 가는데 그 점이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티전을 통해 승리라는 가장 중요한 점을 찍었다. 과정이 중요하다지만 열매로 맺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첫 점을 찍은 홍명보호는 이 점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길게 이어진 선, 브라질에서 웃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홍명보호 ⓒ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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