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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스칼렛 핌퍼넬', 영웅담-로맨스의 기막힌 조합

기사입력 2013.07.29 17:07 / 기사수정 2013.11.18 18:11



▲ 스칼렛 핌퍼넬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절대 되돌아갈 길은 없어. 용기가 샘솟게 될 거야. 고개를 들어라. 저 불길 속으로 전진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의 이야기는 다소 뻔할지라도 흥미를 준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이언맨 같은 영웅들이 국적과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가. 사는 게 어렵고 핍박할수록 영웅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이들의 모험담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진다.

완벽한 영웅의 활약상은 보기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러나 180도 다른 그의 이중생활을 보는 건 더 재미나다.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16년 만에 국내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도 이런 면에서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스칼렛 핌퍼넬'은 정체를 숨긴 히어로의 원조 격인 영웅 스칼렛 핌퍼넬(박건형, 박광현, 한지상 분)의 이중생활과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전역에 공포정치가 행해지던 시절 단두대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구출해내고 프랑스 혁명의 공포와 맞서 싸운 영국 귀족 퍼시, 가명 스칼렛 핌퍼넬은 영웅의 출현이 절실했던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단 번에 영웅이 된다.

이 작품은 진부한 영웅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웃음과 감동 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으며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먼 이국땅의 영웅이 보여주는 정의감과 모험심은 동양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영웅신화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며 국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여기에 극의 주된 줄기를 차지하는 퍼시와 마그리트의 로맨스는 극이 가볍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애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스칼렛 핌퍼넬'은 기승전결이 뚜렷하다거나, 화려한 액션이나 검술 장면에 승부를 건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영웅담과 로맨스에 '유머'라는 양념을 적절히 가미해 지루할 틈을 없앤 영리한 뮤지컬이다.

빨간 꽃이 새겨진 비밀 쪽지를 남기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 퍼시가 마그리트(김선영, 바다)의 옛 남자이자 야망을 지닌 공포정권의 권력자 쇼블랑(양준모, 에녹)을 특유의 유머로 쉴 새 없이 농락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단,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등 처럼 시대적 분위기가 깊게 깔린 작품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아쉬울 법은 하다.



퍼시의 이중생활과 로맨스가 다채롭고 흥미로운 건 캐릭터의 생동감을 잘 살린 배우들의 몫이 크다. 박건형은 한량 퍼시와 용감무쌍한 스칼렛 핌퍼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캐릭터의 반전 면모를 극대화한다. 마그리트 역의 김선영은 감정의 강약을 조절하며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운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다.



'When I look at you', 'Into the fire' 등 '지킬 앤 하이드'와 '몬테크리스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뮤지컬 넘버들은 웅장함과 애절한 분위기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마그리트가 천장 위에 매달린 새장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 비밀결사대 멤버들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도 볼거리다. 형형색색의 유럽풍 로코코 의상 역시 화려함을 더한다.

9월 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55분. 만 7세 이상. 공연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스칼렛 핌퍼넬 ⓒ CJ E&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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