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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부귀영화] '더 테러 라이브', 같은 날 개봉 '설국열차'와 겨뤄볼만하다

기사입력 2013.07.25 16:42 / 기사수정 2013.10.24 16:1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서울시내 한복판에 펼쳐지는 테러 위협. 마포대교가 폭파되고, 여의도에 폭발물이 설치된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라디오 청취자를 가장해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모두가 장난전화로 치부하지만 진짜로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특종 냄새를 맡은 윤영화를 비롯한 방송국 관계자들은 테러범과의 통화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한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처음 들었을때, 빤히 보이는 전개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판단 오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더 테러 라이브'는 이 영화로 상업영화 데뷔를 치르는 감독 김병우의 발견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동안 한국 영화 중에 걸출한 스릴러들이 많았지만, 이런 류의 스릴러는 낯설다.

"다른 영화들은 출발과 정차가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는 시작부터 고속도로 위"라고 자동차 운전에 비유한 김 감독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이 곧 끊어질 것처럼 팽팽하다.



중반까지는 당장 김병우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미리 건네고플만큼 대단하다. 여기서 '중반까지는'이라고 제한을 둔 것은 "아 이제 클라이막스가 지났구나" 싶었던 시점부터 엔딩까지의 사건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엔딩은 신선하다.

극속에서 묘사된 '특종'과 '단독', '시청률'과 '조회수'에 목마른 괴수같은 언론사들의 모습은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 뜨끔하게 혹은 통쾌하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요소다.

앵커 '윤영화'로 변신한 하정우도 재미있다. 하정우는 '황해'나 '범죄와의 전쟁' 같은 다소 어두운(?) 세계에서 살던 강렬한 캐릭터의 잔상이 강해 이지적인 느낌의 '앵커'는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늘 그래왔듯 잘 소화했다. 다만 극중 뉴스를 하는 하정우의 아나운싱이 조금 어색했지만, 기자 출신 앵커라는 설정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아나운싱보다 주목해서 볼 점은 하정우의 감정변화 표현이다. 영화 초반 선글라스를 낀채 다소 느슨하고 껄렁하게 라디오 DJ로 좌천된 윤영화를 연기했다면, 후반부에 갈수록 점점 더 긴박해지는 상황에 맞춰 분출하는 연기를 세밀하게 해낸다. 지난 23일 첫 언론시사 이후 '하정우 볼떨림 연기' 같은 키워드가 등장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더 테러 라이브'는 "시나리오 중 70% 이상이 '윤영화'의 대사"라는 하정우의 말대로 '원맨쇼'에 가까우나, 다른 배우들의 뒷받침이 아주 인상깊었다.



이경영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판사가 방송국에 재입사한 것만같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연기를 현란하게 펼친다. 모든게 다 입바른 말이고 시청률 확보에만 급급한 차대은 국장 그 자체로 보인다. 

윤영화의 전처로 등장하는 김소진은 연극배우 출신답게 안정적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정직한 목소리에서 '정말 현직 기자가 아닌가' 싶을만한 캐스팅이다. 내실있는 배우 전혜진도 반갑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조연들의 탄탄한 활약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하는 8월 1일은, 기대작이자 화제작인 블록버스터(봉준호 감독은 이 표현을 아주 싫어하지만) '설국열차'가 선뵈는 날이기도 하다.

두 영화는 아주 다르지만 또 아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로 '계급과 지위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는 더러운 세상살이'다.

시작부터 진지하게 돌직구로 주제를 던지는 '설국열차'와 달리 '더 테러 라이브'는 말랑말랑하게 긴장을 풀어주다가 막판에 뒷통수를 치듯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둘 중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어디까지나 관객들에게 달려있다.

"영화 '베를린'이 끝나고 정말 쉬고싶었다"고 할만큼 다작하는 배우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의 시나리오를 무심하게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매료돼 무리한 스케쥴 가운데도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추격자'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고도 했다.

충무로 최고의 흥행카드인 하정우의 선택이 이번에도 통할 지 궁금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 엑스포츠뉴스DB,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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