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표팀 감독을 조롱한 기성용에 대해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축구협회는 10일 오전 본회 부회장단과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한 임원 회의를 통해 "최근 SNS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 건과 관련해 국가대표 선수 관리와 관련된 본회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 드린다"며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은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한다"고 밝혔다.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을 반긴다. 그렇다고 뒷맛이 아주 개운한 건 아니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한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보수적인 우리 성향을 비춰보면 한국사회 전체를 흔들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배우 한혜진을 신부로 맞이해 그 어느 때보다 신혼생활의 달콤함에 젖어있어야 할 이때, 기성용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비호감'으로 부상했다. 이미지 회복에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냥 SNS에서 지인들끼리 속삭였던 얘기인데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SNS를 애용하는 스타들의 말 한마디가 뉴스가 되는 세상에서, 의도가 없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도 없이, 애초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고 비난할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 공인이기에 더 조심했어야 했다. 공인의 권리는 누리면서 의무에는 소홀했다. 여전히 본인은 억울하고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싶어 안타깝다.
선수가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이 아쉽다. 과거 숙소를 무단 이탈했던 선수에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던 축구협회였던 만큼, 적절한 기간의 징계라면 두가지 이익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선수에게는 대표팀의 가치를 새삼 인식시킬 수 있으며 팬들에게는 선수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대안이 마땅치 않은 기성용의 경기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도 있다. 최강희 감독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를 이끌며 쌓은 7년의 명성을 1년 반 만에 모두 날려버렸다. 일선 지도자 가운데 그래도 깨어있는 감독이 희생양이 된 듯해 가슴 아프지만, 분명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의 의견은 무시한 것이 아닌지, 선배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원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유럽축구가 낯설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기존 한국축구의 풍토에 회의를 느끼고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축구협회의 다음 과제다.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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