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23일 넥센과 NC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의 6회말 2아웃 상황.
볼넷으로 출루한 문우람(넥센 히어로즈)이 과감하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결과는 실패.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경기의 한 이닝이 끝난 순간이었을지 몰라도, 문우람 자신에게는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닐 법했다.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도루를 시도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퓨쳐스 기록은 43경기 출전, 50안타(2홈런) 25타점 타율 3할 3푼 8리. 문우람의 활약을 눈여겨 본 염경엽 감독은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그를 1군으로 불러 올렸고, 팀이 연패를 끊은 다음날인 22일 곧바로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올해 처음 겪는 1군 경기였다.
전날 4타수 1안타로 활약한 문우람은 이날 2번 타자 우익수로 나섰다. 네 번 타석에 들어섰고,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중심타선이 5안타 6타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뒤에는 테이블세터로 제 역할을 다하며 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문우람의 활약이 있었다.
1군으로 올라오던 날 '후회 없이 하자'고 단단히 자신을 다잡았고, '내가 와서 팀이 연패를 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마음에 간직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그라운드에서의 활약으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평소 도루에 큰 자신은 없었던 그였다. 하지만, 퓨쳐스 경기를 통해 '주루사를 당해도 좋으니 적극적으로 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새기고 끊임없는 훈련으로 자신감을 키워왔다.
경기 후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들의 질문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도루 실패가 아쉽지 않았냐고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제가 1군에서 도루 시도한 게 처음이었거든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2군에서 도루 연습을 많이 연습했어요. 살고는 싶었는데 몸이 처음 하는 거니까 힘도 많이 들어가고 경직되더라고요. 다리가 안 나가던데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일단 시도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거니까, 앞으로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면서 의지에 찬 눈빛을 보였다.
문우람의 활약은 최근 긴 연패로 어려움을 겪은 뒤 다시 분위기 반등에 성공한 팀에게도 기쁜 일이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적극적인 도루 시도가 있었고,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송구 능력은 이날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진가가 발휘됐다.
'굵고 강했던' 활약답게 그는 이날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단상 인터뷰를 위해 위로 올라오라는 코칭스태프의 얘기에 얼떨떨해하며 짐을 챙겨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던 모습은 영락없는 2년차 신인의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 꽉 차 있는 숨은 열정과 의지만큼은 여느 선수들 못지않았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문우람 ⓒ 넥센 히어로즈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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