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결국 웃었다. 관심을 모았던 두 이탈리아 감독들 간의 자존심 대결은 프란델리 감독의 판정승으로 결판이 났다.
프란델리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레시페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 A조 2차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일본을 4-3으로 눌렀다. 2연승으로 4강 진출은 물론, 자존심도 지켜낸 결과였다.
이탈리아-일본전을 앞두고 사령탑들 간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을 이끌고 모국 대표팀을 상대하는 형국이 됐다. 지략가로 정평 난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의 대결은 이번 경기 승부처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각각 이탈리아와 일본을 맡아 다각도의 전술을 앞세워 좋은 모습을 보였던 가운데 누가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가 주목됐다.
특히 두 감독 간의 '인연'이란 소스까지 버무러져 경기에 대한 흥미는 더욱 자극됐다. 프란델리와 자케로니, 두 감독은 흥망성쇄를 같이 했다. 자케로니 감독이 2002/2003시즌 특유의 스리백 전술로 상승 가도를 달리는 사이 프란델리 감독 역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파르마를 맡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좋은 평가 속에 향후 두 감독은 더 높은 곳에 도전했다. 자케로니 감독이 2003/2004시즌 인터밀란 지휘봉을 잡았고 같은 시기, 2004년 프란델리 감독이 AS로마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후 지도자로서 특별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 둘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 과정 중 리그에서 여러차례 스쳐가며 서로의 특성을 잘 알게 됐고 만날 때마다 팽팽한 승부를 벌이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대표팀 감독이란 달라진 직책을 들고 나선 두 감독 간의 대결은 긴장감이 흘렀다. 프란델리 감독은 경기전 기자회견을 통해 "자케로니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이 더 유리한 입장에 선 경기"라며 '지리파' 자케로니 감독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소문난 대결답게 두 감독들은 경기내내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쳤다. 두 팀 모두 공격축구를 표방한 가운데 압박과 중원에서의 기싸움이 쉴 새 없이 전개됐다. 경기초반은 자케로니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이탈리아를 봉쇄하고자 했던 의도가 효과를 보이며 이탈리아의 티키타카를 봉쇄했다.
이에 프란델리 감독은 전반 이른 시기 세바스티안 지오빈코를 투입해 공격 실마리를 풀고자 했다. 서서히 문제의 매듭이 풀린 이탈리아는 전후반 3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역전까지 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에 자케로니 감독도 지지 않았다. 풀백 사카이 히로시를 투입해 공수에 힘을 보탰던 한 수는 결과적으로 오카자키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수싸움을 주고받던 두 감독의 지략대결의 결과는 결국 프란델리 감독의 판정승이었다. 후반 14분과 24분 이그나치오 아바테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를 투입해 변화를 꾀하던 이탈리아는 후반 42분 교체 출격했던 지오빈코가 결승골을 터트리며 4-3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사진=프란델리 감독과 자케로니 감독 (C) 스카이스포츠, 엑스포츠뉴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