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전쟁'은 법률 전문가인 박현정 변호사를 통해 연예 뉴스 등을 토대로 가족법 이슈들을 쉽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박현정]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100억 원이 있다고 자식들한테 털어놓는다. 경연을 통해 국수공장을 물려받는 자식한테 그 100억 원에 해당하는 땅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큰아들은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둘째 아들은 족발가게를 때려치웠다. 막내딸도 피아노학원을 접고 경연에 참가한다. 모두 일확천금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치 100억 원이 자기 손에 들어온 양 국수 만들기 경연에 집중한다. 아니 집중하는 척 한다. 관심은 오로지 100억 원에 있으면서. 그러나 그 100억 원 가치의 땅이 종종 소유임을 알고는 아버지에게 속았다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유류분반환청구' 상속재산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한 내용이다. 100억 원이 없음을 알고 국수공장을 박차고 나갔던 자식들이 다시 모여 국수공장을 꾸려나가게 되긴 했다. 그런데 만약 처음 아버지가 공언한대로 국수공장을 물려받은 한 자식한테 100억 원을 모두 물려줬다면 나머지 자식들은 그 재산에 대해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을까?
이런 사례는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전 재산을 증여했는데 자기 상속분을 찾아올 수는 있는지를 묻는 상담전화가 많다. 이렇게 증여 받은 사람을 상대로 상속재산 일부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재산처분은 자유다, 하지만 유족들은 아버지의 재산이 남아있지 않아 생계가 막막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참 난감하다. 이를 절충한 제도가 바로 유류분반환청구다.
유류분반환청구권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지? -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상속분의 2분의 1
예를 들어 사망한 아버지의 배우자와 자식들은 법에 보장된 상속비율 (배우자는 1.5, 자식들은 1의 비율이다. 만약 아버지가 5천만 원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면 부인은 3천만 원, 외동딸은 2천만 원을 받게 된다)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만큼이 유류분이 있다.
'백년의 유산'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아버지(신구)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위인 민효동(정보석)과 손녀인 민채원(유진)에게 100억 원을 모두 증여했다고 하자. (민효동의 부인인 큰 딸이 사망했으므로 사위인 민효동과 손녀인 민채원이 대신 상속한다.) 원래 법정상속분을 계산해보면 배우자 약 27억 원(100억 원 x 3/11), 큰 아들과 작은 아들, 막내 딸 각각 약 18억 원(100억 원 x 2/11)이다. 여기에 1/2씩 계산한 약 13억 5천만 원이 배우자, 약 9억 원이 자식들의 유류분이다. 즉 이 금액을 민효동과 민채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증여한 재산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년 간 행한 것에 한하여 더하지만(물론 피상속인과 증여받은 사람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안 경우에는 1년 전에 증여한 것도 모두 포함)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은 기간에 관계없이 모두 더해진다는 점이다. 즉, 장남에게 재산 전부가 증여된 것이 20년 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 재산은 유류분에 포함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다.
유류분반환청구는 서둘러야 - 상속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나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상속개시부터 10년 내 해야
얼마 전 한 여성분이 상담전화를 통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겠다며 말씀을 시작하셨다. 돌아가신 아버지 재산이 거의 60억 원 정도 되는데 큰 오빠가 전부 증여 받았다는 것. 큰 오빠는 세 명의 동생들에게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십 원 한 장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냐고 묻자 이미 15년이 지났다고 하는 게 아닌가. 안타깝지만 시효가 지나서 청구가 안 된다고 말씀드리자 울먹이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셨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것을…
이렇듯 기간제한 때문에 권리행사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꽤 있다. 즉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나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를 못하기 때문이다.
'백년의 유산'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형제들 사이가 다시 좋아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상속관련 소송이 붙게 되면 그 때부터 그냥 남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도 완전 원수지간. 그래서 요즘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분들도 많으시다. 얼마 안 되는 돈 남겨줬다가 자식들 등지고 살게 된다면서… 아무리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이라 하지만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피 터지게 싸우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글] 김남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