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느렸다. 진행자의 멘트와 공연 진행 모두 느렸다. 하지만 이 '느림'이 지겹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공연은 '함께 즐기는 것'이라던 어떤 이의 말처럼 이 지루함 또한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15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마포아트센터에서 '나다 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됐다. 15일과 16일 양일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숨겨진 감각 축제'라는 부제를 걸고 진행된 '나다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예술을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목표로 하는 '나다 페스티벌'에서는 다른 전시·공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배려가 존재했다.
'나다 뮤직페스티벌' 공연장에 들어서자 평소 찾던 공연과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진행을 맡은 홍록기는 수화를 담당하는 손현서 씨와 함께 청각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체감형 진동 스피커'와 소리를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에 대해 설명했다. 무대에 오른 배희관 밴드 멤버들은 악기를 하나하나 연주하며 악기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진동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홍록기는 "객석에 있는 모든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연한 밴드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방식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연주를 들고 나왔다. 국악 퓨전 밴드 훌(wHOOL)은 '암전 공연'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연주를 위한 최소한의 조명만이 켜진 상태에서 오직 귀와 몸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훌의 리더 최윤상(타악기)은 "'지난해 '페스티벌 나다'에서 암전 공연을 해보고 느낀 점이 많다"며 "단독 공연에서도 암전 공연을 한다"고 말해 객석의 박수를 이끌었다.
일렉트로니카 그룹 클럽505의 보컬 김태윤은 평소보다 느리게 말하는 데 집중했다. 평소 빠른 비트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해온 클럽505지만 이날은 어쿠스틱 연주를 준비했다. 선곡 역시 '별님이여', '유앤아이(YOU&I)' 등 느린 템포의 노래가 주를 이뤘다.
황보령=스맥소프트의 리더 황보령은 '불친절한 친절'을 보여줬다. 별다른 멘트나 곡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시각화된 연주, 청각화된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밴드 4번출구에서 활동하던 시각장애인 배희관도 이날 공연에 참여했다. 배희관은 4번출구 시절 KBS '톱밴드'에 출연한 적이 있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목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도 '달팽이', '너의 뜻대로', '찬스(Chance)', '존재감' 등을 열창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밴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의 보컬 임원혁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며 "지금까지 했던 공연 가운데 가장 가식적이지 않은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공연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4곡밖에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듯했다.
'페스티벌 나다'는 이날 열린 '나다 뮤직페스티벌'을 비롯해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네스트나다에서 진행된 '배리어프리 영화제', '나다 아이디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나다 뮤직 페스티벌' 훌, 클럽505, 배희관밴드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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