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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 정경호-이재윤,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인가?

기사입력 2013.06.13 03:06 / 기사수정 2013.06.13 08:34

김승현 기자


▲ 무정도시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는 범죄와 폭력세계의 삶을 다룬 느와르 드라마다. 마약 조직과 경찰의 대립을 위주로 양 진영에서 잠입 활동을 하는 언더커버가 드라마 전개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거친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럽고 어두컴컴하다. 촬영 카메라도 이것에 초점을 맞춰 화면을 담기 때문에 한껏 느와르의 분위기를 펼쳐내고 있다. 배우들의 표정은 특히 이를 배가시킨다. 철저하게 웃음기를 뺀 배우들에게는 인간미 없는 비열한 웃음만 있을 뿐이다.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조직에 잠입한 경찰 정경호(정시현 분-박사아들)와 열혈 경찰 이재윤(지형민)의 엇갈린 운명은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두 사람은 애석하게도 작전 중 총살당한 경찰 고나은(이경미)이 흠모했던 과거와 현재의 남자였다. 지형민은 이경미를 죽인 범인이 정시현이라 확신하며 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본격화된다.

백미는 묘지에 안장된 이경미를 두고 주고받은 두 사람의 독백이었다. 먼저 정시현은 "(지형민) 당신이라서 안심했어.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줄 줄 알았다. 근데 왜 경미를 그곳으로 보낸 거냐"고 속삭였다. 이어 지형민이 "경미야. 약속할게. 박사아들 내 손으로 꼭 잡을 거다. 아니 내 손으로 반드시 죽인다"고 하자 정시현은 "미안하다. 난 이제 네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싸워야겠다"고 선포한다.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사랑하며 바라봤던 한 여자를 떠나보낸 두 사람의 분노가 서로를 향해 요동치고 있음을 암시했다.



12일 경기도 파주 모처의 '무정도시' 드라마 세트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정경호, 이재윤, 김유미, 남규리가 참석했다. 이날 정경호는 "31세에 마약 조직 생활을 하는 정시현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시현은 윤락 여성인 어머니와 함께 집창촌에서 생활했고 어머니가 마약 중독으로 사망하며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일찍이 세상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된 그는 고아원에서 만난 이경미에 마음을 열었고 3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다. 정시현은 "복수하고 싶지 않아? 너 버린 네 잘난 엄마 아빠한테 복수하고 싶지 않냐고. 난 복수할 거야. 우리 아빠한테. 우리 아빤, 우리 엄마 그렇게 만든 세상이야"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11일 방송된 '무정도시' 6화까지 정시현이 활짝 웃은 것은 이경미와 함께 있던 이 포장마차에서 단 한 번이었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6년 전 여수에서 조직 밑바닥 생활을 하며 희열을 느낀 것과 달리 정시현은 위태위태한 조직 생활을 벗어나 순수했던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것을 암시하게끔 한다. 정시현이란 인물은 20여 명의 조직원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괴력의 사나이다. 이에 정경호는 "본래 정시현은 초인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좀 더 인간미 넘치게 변화를 주고 싶어 제작진과 상의했다"며 "앞으로 사람 냄새나는 정시현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해 건조하기만 했던 그의 감성이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지 기대케 했다.



정시현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지형민도 연인을 잃은 뒤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이경미를 잃은 허전함은 그를 더욱 타오르게 했다. 이재윤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경미 죽음 전후로 목소리 톤과 눈빛이 차이가 있어 신경을 쓰게 됐다"며 "선으로 악을 대하는 경찰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많이 찾아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평소 이병헌의 팬이고 그의 눈빛 연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며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이 살인자 최민식을 응징하는 부분을 유심히 접했다"고 덧붙였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은 최민식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하고자 시간을 두고 지속해서 괴롭힌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오히려 자아에 악마가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지형민에게도 해당한다. 지형민은 이경미의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친자매나 다를 바 없는 윤수민(남규리 역)을 언더커버로 이용한다. 경찰대에 합격한 수민이지만 뒤이어 폭행 사건에 연루돼 합격 취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여기에 이경미를 죽인 범인이라 믿고 있는 정시현에 대한 복수심은 자연스레 잠입경찰의 길로 인도한다. 순수한 수민은 지형민의 계략에 이용된 것임이 드러난다. 바로 지형민이 수민을 성폭행하려 했던 편의점 주인의 마약 소지를 알고도 모른 체하며 수민의 무혐의를 입증하지 않은 것. 아무리 죽은 연인의 복수가 시급하다고 하지만 친자매처럼 지낸 수민을 이용한 것에서 그의 매정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이재윤은 "지형민은 열혈형사이지만 복수를 위해 감정을 앞세우는 면모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형민은 절대 악에 굽히지 않는 소신을 지닌 경찰이다. 사법고시를 통과하고도 경찰조직에 남아 마약 집단을 궤멸시키는데 온몸을 바친다. 검찰총장인 아버지와 검찰세력에 염증을 느끼고 박차고 나온 열혈형사도 언더커버일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영화 '디파티드'의 맷 데이먼, '무간도'의 유덕화와 같이, 경찰에서 첩자 활동을 하는 조직원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다. 이에 이재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정직한 경찰로 남고 싶다"며 "기필코 복수를 하고 싶으며, 만약 내가 언더커버라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약간 심란해하기도.

빠른 사건 전개와 대립각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격변하는 심리 상태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이며 특히 정경호와 이재윤이 겪게 될 감정 변화는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배신과 음모, 첩보 활동이 난무하는 '정이 없는' 세계에서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대사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지닌 정경호와 복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재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두 사람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무정도시'는 악명 높은 마약조직을 무대로 암약하는 언더커버와 그들을 쫓는 경찰조직과의 숨 막히는 사투 속에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의 아픔을 그려낸다. 매주 월, 화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정경호, 이재윤, 고나윤 ⓒ JTBC, JTBC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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