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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700회, 본연의 재미에 충실했을 때

기사입력 2013.06.10 08:23 / 기사수정 2013.06.10 08:23

김승현 기자


▲ 개그콘서트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개그콘서트' 700회 특집은 어떤 점을 시사했을까?

9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700회 특집은 '홈커밍데이처럼 다시 코미디 하자'라는 콘셉트로 엄선된 레전드 코너들과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을 초대해 무대를 꾸몄다.

이날 방송에서는 추억의 코너 외에도 '개콘'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등장해 코너 중간마다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생활의 발견'에서 신보라의 볼에 뽀뽀하며 'KBS 개그우먼의 복지가 정말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이끌어낸 배우 송중기 외에도 소프라노 조수미, 컬투, 신동엽, 그리고 MBC '무한도전' 팀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또 MBC '코미디에 빠지다', tvN '코미디빅리그' 등 경쟁프로그램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에서도 눈에 띈 인물은 단연 변호사 강용석이었다. 강용석은 지난 2011년 11월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의 개그가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에 여론의 비판과 개콘 개그맨들의 집단 '디스'가 행해졌으며 결국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강용석의 고소는 본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최효종은 이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이후 다소 주춤했고 이를 의식한 강용석은 이날 방송에서 "특히 최효종 씨를 많이 띄워 줬는데 요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어 그는 JTBC '썰전' 출연진과 "'개콘' 화이팅"을 외치며 축하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개그콘서트의 찬란한 발자취를 감탄한 축하 인사가 대다수였지만 강용석은 달랐다. '썰전'에서 한 정치인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침없는 직설로 화제를 모은 그는 예능 심판자로서 최효종의 부진을 언급했다.

최근 추세로 보면 이런 부침은 최효종 개인만이 아니라 '개그콘서트' 전체가 가지고 있는 숙제였다. 이날 방송된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송병철이 "시청률 하락 때문에 시청자들이 진짜 폭탄을 터뜨린다"고 말한 것에서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어 김원효는 경쟁 드라마의 막장 전개에 일침을 가했고 김준현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이효리를 섭외하겠다고 주장했다.

최근 잦은 게스트 출연과 홍보의 장으로 변질된 듯한 몇몇 코너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인기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원효와 김준현의 발언대로 계속 행해진다면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될 공산이 크다.

게스트를 내세우면 더 이목이 쏠리고 게스트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로써 코너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행보는 이런 맥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게스트 위주로 진행된데다 억지로 짜맞춘 듯한 이야기의 전개는 웃음을 유발하지도 못해 좋지 못한 목소리를 들었다.

'개콘'의 장수 비결은 진부한 소재를 갈아엎는 결단력과 흙 속의 진주를 발굴, 전면에 내세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였다. 개그맨들은 녹화 날 무대에 서기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하며 아이디어를 짜낸다.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퇴색되지 않기 위해선 현시점에서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본질을 호도했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에서 방송된 700회 특집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심어줬다.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말이다. '개콘'과 함께한 게스트가 출연해 찬란한 역사를 당당하게 '홍보'했다. 또 '개콘'을 거쳐 간 개그맨들의 노력의 산물인 레전드 코너를 재조명했다. 더불어 게스트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더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게스트 없이도 충분한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게스트 출연으로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이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개콘'내에서만큼은 주인공이 개그맨이지, 게스트가 아니란 것을 보여줬다.

지난 5일 700회 특집 녹화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은 "700회 보다 701회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오래된 코너들은 700회 전후로 물갈이가 많이 될 예정이며, 701회를 위해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인기가 있어도 정체기를 가지면 과감히 보낼 것이며, '맨토-맨티'제의 결과나 새로운 코너의 결과들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700회 특집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난 1999년 9월 첫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14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수많은 유행어와 코너를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결속력과 열정 하나로 숱한 난관을 극복해왔고 우려를 불식했다. 늘 그래 왔듯이 앞서 거론된 위기설 또한 능수능란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다. '개콘'이 자랑하는 '위대한 유산', 개그맨들의 축적된 피와 땀이 있기 때문이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개그콘서트 ⓒ KBS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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