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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사사구 악몽' 강윤구가 돌아본 삼성전 3회와 5회

기사입력 2013.06.07 03:34 / 기사수정 2013.06.07 03:4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3B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6일 목동 삼성전에 선발로 나선 넥센 히어로즈의 좌완 강윤구에게 이날 경기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과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두 팀에게 모두 중요했다. 전날 12회 연장 끝에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고, 넥센에서는 7명의 투수가 경기에 나섰다.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불펜진 소모를 덜어줄 선발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 승리 이후 6일 만에 선발 등판한 강윤구는 1회와 2회 타자들과 정면으로 승부하며 시원스런 피칭을 선보였다. 1회에는 볼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 2회도 마찬가지였다. 세 타자를 처리하는 데는 공 5개만이 필요했다.

문제는 3회와 5회였다. 두 번 모두 공교롭게도 맞붙은 타순이 똑같았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3회,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볼넷, 정형식에게 몸에 맞는 공, 배영섭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상수에게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내줬고, 폭투로 동점을 헌납했다.

3회말 연속안타로 3득점에 성공한 타선의 지원을 업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강윤구는 4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하지만 5회 또다시 6개의 사사구를 허용, 밀어내기로만 3점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4⅓이닝동안 남긴 것은 2피안타 9사사구 2탈삼진 5실점. 이날 허용한 6사사구는 역대 한 이닝 최다 사사구와 타이 기록이었다. 여러모로 불명예스러운 순간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앞선 1,2회에서 좋은 내용을 보였기에 더욱 그랬다. 팀이 15-7로 승리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부담은 덜었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경기 후 강윤구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다. 나 혼자 말아먹은 경기다"라고 운을 뗐다.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승부해보고 싶었던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3B에서도 자신 있게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5회 조동찬과의 풀카운트 때 커브를 던졌고, 다음 타자 정형식 때도 같은 상황에서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았다. 결국 변화구 제구가 안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화구로 승부를 내보자'라는 자신감은 배영섭에게 초구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조금씩 흔들렸다.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나서 '왜 그러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김상수 타석을 어떻게 끝냈는데 박석민을 상대하면서 힘이 빠졌다는 걸 느꼈다. 그때는 직구가 안 들어가니까 변화구를 섞었다"면서 "풀카운트에서 직구로 홈런을 맞느니 볼넷을 주더라도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서 다음 타자를 확실히 상대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구가 계속 뜨더라. 내 맘대로 안 되니까 그 때부터 조금씩 불안해졌던 거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 후 강윤구는 염경엽 감독과 따로 만나 짧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장점인 직구를 살리려 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구종을 다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강윤구는 "아직 그럴 능력이 안 되는데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을 계기로 내 장점을 살려서 내 것을 더 가지고 가야겠다"고 각오를 다져 보였다.

넥센의 미래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윤구는 아직 배우고 다듬어 나가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그가 이날의 쓰디쓴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한 뼘 더 자라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지, 여전히 많은 이의 시선은 그를 향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강윤구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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