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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미스김, 김혜수 밖에 생각 안 났대요" (인터뷰)

기사입력 2013.06.03 13:32 / 기사수정 2013.06.20 18:32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저는 정말 미스 김이 그립거든요”

누가 이토록 쿨한 김혜수의 변신을 예상이나 했을까. 최근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는 한 회 한 회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전작 '즐거운 나의 집'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그녀는 '베테랑의 연기 내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직장의 신’을 통해 직장인들의 통쾌한 친구가 되어준 배우 김혜수를 만났다.

“‘직장의 신’ 흥행 예상 했나고요? 제가 작품의 흥행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져요. 저랑 일해 본 사람은 다 알아요. 막 어떤 작품에 대해 열광하면 ‘그 작품 잘 안되겠네’ 라곤 하죠. ‘직장의 신’은 매우 운이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녀의 겸손한 말에 기자가 ‘운만은 아니었다’고 덧붙이자, 김혜수는 “물론 운만은 아닌데, 이번 작품은 정말 운이 좋았어요”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

“김혜수 밖에 생각 안 났대요”

비정규직 노동자 860만 시대에 "제 업무입니다만!"을 외치며 안방극장에 통쾌한 웃음을 전한이가 있었으니, 바로 모두가 정규직을 바라는 가운데 스스로 계약 인생을 사는 자, 국내 최고 자발적 계약직 미스 김이다. 

김혜수가 아닌 미스 김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참신하고 골 때린(?) 이야기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 역시 오랜 배우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김혜수는 “내가 이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자체가 얼마 안 된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라며 “오랜만에 안방극장 복귀, 작가의 전작, 상대역, PD 등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하는걸로’였죠(웃음)”라고 말했다.

“‘직장의 신’을 기획한 함PD가 윤난중 작가를 예의주의하다가, 서로 도모해 이 작품을 오래 준비를 했대요. 그들 얘기로는 ‘김혜수 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결과적으로 김혜수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이 됐지만, 함PD의 기획과 안목이 너무 탁월했던 것 같아요. 윤 작가를 선택한 것, 또 이 드라마의 판권을 산 것, 어느 나라 원작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원작을 어떤 식으로 재해석하고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느냐가 핵심인 거잖아요. 또 필요한 배우와 스태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죠. 이런 부분들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보던 중에 바로 회사 대표에게 ‘이 작품 해야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비정규직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이런 포장으로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에 매료된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너무 낯설지만, 참신했고 또 골 때렸어요. 안할 이유가 없었어요. 물론 덜컥 한다고 하곤 ‘미쳤나? 이 일정을 어떻게 따라가지’ 이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웃음)"



“어떻게 우리가 만났을까요”

모든 에피소드 중심에는 슈퍼 갑 능력자 미스 김이 있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 미스김이 판타지처럼 붕 뜨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현실적인 인물들 때문이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집합소인 와이장 회사 직원들과 비현실적인 미스 김의 절묘한 조화는 공감과 쾌감을 동시에 일으켰다.

“회별로 에피소드가 달라 독립적인 회에 들어왔다그 나가는 연기자들까지 너무 절묘했죠. 어떤 배역이 들어왔나 나가면, 연기자도 그렇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 있는데 카메오들까지도 어색한 부분 없이 어우러졌어요. 적절할 수 있었던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에요. 준비된 사람들이 잘 모였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향했죠. 또 이 모든 걸 통제하는 연출자가 캐릭터의 조절, 화합, 수위 등을 잘 조절 했어요”

“코미디니까 웃기려고 연기하거나, 심각하게 연기한 적도 없어요. 배우가 직관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건 그 만큼 대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이미 탄탄했고 수위를 잘 조절할 수 있는 연출자가 있었죠. 결과적으로 ‘직장의 신’을 선택한 건 매우 타당했고, 여라가지로 운이 좋았죠. 이건 배우 연기 평생에 자주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니에요”

종영 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MT를 다녀왔다. 이번 작품이 남긴 여운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함일 것이다. 김혜수는 “어떻게 놀랍게 우리가 만났을까요”라는 말을 촬영 현장에서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직장의 신’은 원톱 드라마가 아닌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도 잘 만난 작품이었다.

“직장의 신을 만난 건 행운, 미스 김 그리워 해 주세요”

‘직장의 신’을 통해 보여준 김혜수의 연기 변신은 화끈했다. 매회 화제를 모았고, 패러디 물도 쏟아졌다. 인기를 증명하듯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를 묻는 설문에서 김혜수가 1위에 올랐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김혜수는 “뭐 순위는 언제나 바뀌는 거니까”라고 쿨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연기한 미스 김의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정말 어딘가 존재 할 거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다. 시청자들이 미스김에 '푹' 빠졌던 만큼, 그녀 역시 미스 김의 매력에 ‘푹’ 빠졌던 듯하다.

“미스 김이 가공적인 인물인데, 왜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할까 생각해 봤어요. 정주리 같은 경우 ‘나’가 대입되요. 그럼, 미스김이 주변에 있나? 그럴 가능성이 없죠. 미스 김은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하는, 대부분의 약자인 우리들이 한 번쯤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을 실현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감정 이입이 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 여자가 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거든요(웃음)”

“드라마를 하면서 나는 미스김이 아니지만, 미스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게 이상하지 않고, 언젠가는 미스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이 드라마를 통해 주고 싶었어요. 드라마를 아꼈던 분들이 미스김을 그리워했으면 좋겠고요. 저는 정말 미스김이 그립거든요(웃음) 미스김을 연기하고 싶은 생각보다, 보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같은 말 아니야?’ 라고 하는데, 다르거든요. 저 역시 미스김이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비현실적이고 가공된 듯 하나 사실 우리 속에 있는 실체를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중한 감흥을 느끼게 해준 미스 김, 시즌2는요…”

16회로 막을 내린 ‘직장의 신’. 연장은 없었다. 미스 김처럼 쿨하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은 것이다. 마지막 회에서 미스김이 다시 계약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됐기 때문에, 시즌 2를 향한 기대감이 높다. 과연 미스 김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미스 김이 어떻게 활약할 줄 몰랐지만, 그 때는 미스김은 ‘어떨 것이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참 무모하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건 해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안 맞았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이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자체가 얼마 안 된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죠”

“막연한 상태에서의 생각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즌2가 제작되려면, 윤 작가가 좋은 에피소드를 구성할 만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의 신’은 윤 작가 밖에 못 쓴다고 생각하거든요. 준비가 됐을 때, 미스김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에, 구성원이 잘 구성원이 됐는지 등 구체적인 때가 돼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은 시즌 2를 하고 싶죠(웃음)”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김혜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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