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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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하이원 - 헝그리 정신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기사입력 2007.12.14 18:45 / 기사수정 2007.12.14 18:45

[엑스포츠뉴스 = 김경주 기자] 올 시즌 아시아리그 돌풍의 주역이라면 단연 하이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단 두 개뿐인 실업팀 중 한 팀으로 안양 한라에 비해 창단 연수도, 팀 복지도 에서도 뒤져있다.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춘천 의암 빙상장의 시설은 낡디 낡았다. 빙상장 조명은 색도 가지각색이고 어둡다. 빙질도 좋지 않아서 피리어드 종료 후 정빙을 해도 선수들에게선 골라지지 않은 얼음결 때문에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소리가 울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의 투지와 자신감만큼은 안양 한라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이원은 올 시즌 전 주전 골리였던 손호성을 위시로 주전 공격수인 김규헌과 이권재가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키며 현재 세이부 프린스 래빗츠에 이어 중간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루키 엄현승이 서 있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비중은 매우 크다. 강한 골리가 있다면 조금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는 평을 받던 안양 한라가 손호성을 놓치지 않고 영입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많은 아이스하키 팬들이 손호성이 안양 한라로 이적하면서 생길 하이원의 전력 누수를 걱정했었다. 그러나 엄현승의 활약은 생각보다 컸다.

엄현승은 현재 골리 순위 4위에 올라있지만, 1위부터 3위까지의 선수가 모두 한 경기에서 많게는 세경기정도 밖에 출전하지 못한 터라 실질적인 선두는 엄현승이다. 세이브율은 93%로 557개의 슈팅 중 518개의 슈팅을 막아냈다. 손호성의 세이브율이 89%인 것을 감안하면 올 해 초년생인 엄현승의 보여준 플레이는 단순히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의 수준을 넘어선다.

안양 한라의 팬들은 지난 시즌까지 손호성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엄현승을 통해 다시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상대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저절로 혀가 내둘러질 수밖에 없다. 엄현승은 손호성보다도 작은 체격을 지니고 있지만 순발력과 퍽에 대한 집중력, 판단력은 손호성 못지않다.

하이원의 강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하이원은 부상이었던 주장 이명우와 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오쿠보 토모히코, 그리고 비주전인 한승웅, 전병호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올 시즌 빠짐없이 전 경기에 출장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누수 전력이 전무하다는 것과 같다. 아이스하키는 골리를 제외한 플레이어가 다섯 명씩 한 조를 이룬다. 보통 3조 체제를 주로 사용하지만, 선수층이 여유로운 팀에서는 4조를 이루기도 한다.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이다 보니 선수 개인적인 능력 못지않게 조직력도 중요하다. 하이원의 부상 없는 시즌 운영은 안양 한라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시즌 중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확실한 조 구성을 내놓지 못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항상 같은 조원으로 이뤄져 출전 시간을 맞추다 보니 자연히 손발이 맞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팀과 버드 스미스 형제는 여전히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고 올 시즌 영입한 재미교포 알렉스 김 또한 26포인트를 올리며 팀의 주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강함은 국내 팀끼리의 맞대결에서도 그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시즌 하이원은 종합 선수권을 포함해서 가진 안양 한라와의 다섯 차례의 라이벌 대결에서도 4번의 승리를 거뒀다. 한 차례의 패배도 연장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당한 패배였다.

팀의 지원도,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멋진 구장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승리에 대한 투지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항상 가득 차 있다. 이대로 간다면, 올 시즌 한국팀의 첫 우승도 바래볼 수 있지 않을까? 하이원의 이 기분 좋은 돌풍이 한국 아이스하키계의 활력을 불어 일으킬 춘풍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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