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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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과감한 승부수

기사입력 2006.02.21 04:36 / 기사수정 2006.02.21 04:36

여준구 기자

여자배구 1위팀 흥국생명이 승부사 김철용 감독의 선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시즌 도중에 감독을 교체하는 극약 처방은 드문 일이기도 하고, 흥국생명이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온 팀인데다 6라운드 들어 라이벌 팀인 도로공사와 KT&G 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당분간 선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더 놀라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흥국생명이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슬슬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기에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매우 흥미롭다.

과거 일신여상과 호남정유(현 GS칼텍스)를 무적의 팀으로 이끌었던 김철용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붙이기 힘들다. 또한 큰 경기를 수없이 치뤄왔던 승부사라는 점에서, 선수단 전체가 일천한 경험의 구성원들로 이뤄진 흥국생명이란 팀에 상당한 상승효과를 안겨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것은 화끈한 공격배구를 추구하지만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기존 흥국생명의 팀 스타일에 김철용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김철용 감독이 수비와 조직력, 빠른 플레이를 강조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호남정유의 무적 시대를 이끌던 주축 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후에도 스타일을 고수하다 한 번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고, 지난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아테네에 다녀오는 등 비교적 새로운 흐름에도 익숙한 편이며, 현재 흥국생명의 팀 구성이 과거 자신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던 호남정유와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스타일을 고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또한 사실상 '해결사 투입' 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과감한 감독 교체가 이루어진데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프로배구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김철용 감독이 아무런 복안 없이 감독직을 수락했을리 만무하다. 김철용 감독이 어떤 팀을 구상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어린 선수들이 많은 흥국생명이란 팀에 새로운 감독의 구상이 잘 녹아들 경우 지금보다 더욱 매력적인 팀이 될 여지만큼은 충분해 보이며, 앞으로의 경기들이 매우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무난하게 이끌어온 황현주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 문제, 감독 교체가 선수단의 사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1위팀 감독의 시즌 중 교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무차별적인 감독 교체의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 김철용 감독 개인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결정이 나온 이상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수긍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또한 프로 스포츠는 결국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 만년 하위권 팀이었던 흥국생명이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를 잡은 상황에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승부수를 던져 보겠다는 프런트의 생각, 선수층이 두텁지 않고 트레이드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 교체만큼 효과적인 승부수는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이번 감독 교체 건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단행한 과감한 승부수인 탓에 만약 실패로 돌아갈 경우, 프런트와 김철용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질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프런트는 도의적인 책임 문제뿐 아니라 팀 운영에 대한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터이고, 이례적인 상황에서 프로배구 감독을 시작하게 된 김철용 감독의 경우 성공을 거두지 못할 시 매우 큰 데미지를 안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런 과감한 도박이 있기에 승부의 세계는 재미있는 것이며, 그 카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큰 흥미거리다. 

이번 주말, 현대건설과의 원정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김철용 감독과 흥국생명 팀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남은 시즌 동안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이번 승부수가 과연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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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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