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야왕',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종영하자 SBS 드라마가 위기를 맞았다.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와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하 내연모)가 시청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때문이다. 승승장구 하던 SBS 드라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지난 2일 종영한 '야왕'은 25.8%(시청률조사기관 닐슨리서치 제공,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8.0%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평균 시청률 16.8%를 기록, 방송 이후 매회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시청자들은 극중 하나의 인물이 되어 주다해(수애 분)에 대한 복수를 꿈꿨다.
3일 종영한 '그 겨울' 역시 15.1%의 낮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극중 배우들의 의상과 아이템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니며 완판의 기록을 썼다. 또한 각종 패러디물도 등장해 '그 겨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기세등등 하던 SBS 드라마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현재 '장옥정'과 '내연모'의 시청률이 모두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로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간과할 수도 없다. '내연모'와 '장옥정',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4일 먼저 스타트를 끊은 '내연모'는 특이하게 '목수드라마'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수목드라마이지만 목요일에 첫 방송을 했다. 시청률 반응이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에 대해 관계자는 "목요일날 첫 방송을 한 것이 실수였다고 판단된다"고도 말했다.
'내연모' 1회는 극중 인물들의 성격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다 끝났다. 정치와 연애가 만난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지만 배경 설명과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다음 회에서 곧바로 풀어주지는 못했다. 다음 회까지의 간격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연모'를 시청률만으로 판단하기엔 마니아 층이 두텁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수영(신하균)과 민영(이민정)의 달달한 로맨스의 시작은 '내연모'의 마니아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정치가 배경이지만 '내연모'에선 심각하거나 무거운 면모를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정치에 연애를 끼얹으니 신선함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수영과 민영의 연애가 젊은 층에게만 어필이 됐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애에 열광하는 것은 대부분 10대와 20대 여성들이다. 그래서인지 온라인 상에서 '내연모'의 반응은 뜨겁지만 오프라인의 반응은 조용하다. 좀 더 폭넓은 지지층을 얻었다면 시청률 저조 문제를 조금은 탈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8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장옥정'은 배우들의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다. 극중 남녀 주인공을 맡은 김태희와 유아인은 다소 나이 차이가 있는 연상연하의 배우들이었기 때문이 '케미(케미스트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거기다 장희빈을 내세운 사극 드라마인 '장옥정'에 연기력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던 김태희가 여주인공으로 확정돼 시청자들은 기우를 감추지 못했다.
첫 방송 직후 김태희 연기력에 대한 극찬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과연 김태희의 연기력은 극찬 받을 만큼의 발전을 이루었을까. 사극드라마가 처음인 김태희에게선 역시나 발성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현대극에선 자연스러울 수 있던 말투가 사극으로 오니 다소 딱딱하게 느껴져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 한 느낌을 받게 했다. 대사의 톤이 흔들리지 않으려니 호흡이 무너졌고, 호흡을 맞추자니 대사의 톤이 흔들렸다.
늘 논란을 불렀던 김태희의 표정 연기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 '장옥정'에서는 김태희 특유의 '눈 동그랗게 뜬 감정 연기'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온전히 김태희의 '장옥정'을 보기엔 역시나 연기력이 아쉽다.
또한 '장옥정'은 '퓨전사극'이라는 특수성을 통해 아이러니한 소재들을 내세웠다. 15일 방송된 3회에서 장옥정(김태희 분)은 마치 현대의 하이힐을 연상시키는 듯한 높은 굽의 꽃신을 신고 나왔다. 장옥정이 일하는 부용각에서는 마네킹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극중 장옥정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니만큼 패션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들의 몰입이 깨지는 순간, 흥미는 떨어지게 되고 그것은 곧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점들을 갖고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둔 드라마도 있다. 근본적인 중점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재미가 있는' 드라마가 되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연모'와 '장옥정'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위에 제기한 문제점들이 시청자들의 '재미'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시절을 거쳐 시련을 맞은 SBS 드라마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지, 제작진과 배우들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내연모'의 신하균과 이민정은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고, '장옥정'은 중전 자리를 놓고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극의 변화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내 연애의 모든 것', '장옥정, 사랑에 살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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