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혁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구월령 때문에 설렌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따뜻한 미소와 친근한 말투가 정겹다. 지리산 수호령의 외모는 이제 온데간데없지만, 월령의 그윽한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다. '월령앓이' 열풍을 일으킨 배우 최진혁(28) 얘기다.
최진혁은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윤서화(이연희 분)를 사랑하는 월령으로 분해 로맨틱한 구미호의 진수를 선보였다. 극중 조관웅(이성재)의 음모와 서화의 배신으로 인간이 되기까지 열하루를 앞두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특별출연임을 무색케 하는 인기를 맛봤다.
"인기 실감이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다음날까지 검색어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사실 2회분 촬영이 끝난 뒤에도 책임감 때문에 긴장 되서 잠을 못 잤을 정도에요. 제가 잘 해야 3부부터 힘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스 탓에 원형탈모가 2개나 생겼더라고요."
우려는 기우였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첫 회부터 폭발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순애보가 가득한 월령의 모습은 '차세대 로맨티스트'라고 불릴만큼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월령을 보면서 설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웃음)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쁘죠. 몰입해서 봐주셨다는 증거니까요. 멋진 역할인데 저 때문에 드라마를 망칠 까봐 걱정했어요. 연기에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제 월령연기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감독님 덕분에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최진혁은 구미호로 태어난 월령이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또 그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기까지 감정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서화에게 꽃다발 프러포즈를 하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세상에 저런 구미호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구미호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남자 구미호라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수호령'으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최진혁은 "지리산 수호령이라는 없는 인물을 창조해내야 해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월령으로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싶었다. 월령이 오글거리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다"며 웃었다.
월령의 캐릭터는 상대역 이연희 덕에 더 빛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힘든 기색 한 번 내지 않고 촬영을 마친 이연희에게 고마웠다는 그는 '연기 욕심과 열정이 많은 배우'라며 이연희를 추켜세웠다.
이연희와의 케미는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2회 만에 로맨스가 급진전 돼 감정 몰입에 애를 먹었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루즈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마음에 들어요. 산에서 서로 처음 만나고 사이가 급진전 됐는데 그 한 신으로 러브라인이 진전됐어요. 월령이 느끼하게 보일 수 있는 신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표현되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느끼한 걸 싫어하거든요.(웃음). 서화가 배신했을 때 서화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서럽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몰입해서 연기했어요."
극중 구미호답지 않은(?)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뽐낸 최진혁은 현실에서는 여자친구에게 꽃선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새벽 3시에 논현동에 있는 24시간 꽃집에서 꽃을 사서 여자친구에게 준 적은 있어요. 하지만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손편지 쓰는 걸 더 좋아해요. 진심이 담긴 편지가 오글거리는 이벤트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웃음)"
월령이 보여준 해바라기 사랑만큼 현실 속 최진혁도 여자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을 지녔다. 올 초 공개연인이었던 배우 손은서와 결별한 그는 이후 공개 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여자 쪽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개 연애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헤어지면 남자보다 여자 연예인에게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팬들에게 먼저 밝히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구미호 월령과 인간 최진혁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무엇보다 진솔한 눈빛만큼은 무척이나 닮아보였다.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탈한 그에게서 '인간' 최진혁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배우로서 막 걸음마를 뗐다며 인터뷰를 하는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는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연기관에 대한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이왕 하는 거 멋있는 역할이면 좋겠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초심을 잃지 않고 배우생활을 하고 싶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죠. 고맙다는 말을 자주해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 진심이 가장 잘 담긴 말 같아요. 앞으로 또 좋은 캐릭터를 통해 발전된 연기력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최진혁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